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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10일(水)
책의 聖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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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미국 뉴욕 맨해튼 유니언 스퀘어 근처엔 세계 최대 규모의 중고서점 스트랜드 북스토어가 있다. 1927년 리투아니아 이민자 출신인 벤 바스가 설립한 이 서점은 올해로 설립 91년을 맞았는데 장서 규모가 250만 권, 서가의 총 길이는 18마일(29㎞)에 달한다. 스트랜드(strand)의 사전적 의미를 빗대 “서점에서 책을 보다가 길을 잃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뉴욕의 명소가 된 이곳에서 수많은 영화와 TV 드라마가 촬영됐다. 뉴욕 맨해튼 최상류층 자녀들의 모습을 그린 미드 ‘가십 걸(Gossip Girl)’에서 남자주인공인 댄 험프리는 문학소년임을 과시하며 스트랜드 서점 로고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나오기도 했다. ‘장미의 이름’을 쓴 이탈리아 작가 움베르토 에코는 ‘미국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곳’이라고 예찬했는데, 그 이후 이곳은 전 세계 애서가들의 순례 성지(聖地)가 됐다.

스트랜드는 당초 맨해튼의 중고 서점가로 불렸던 4번 애비뉴에서 문을 열었다. 당시 그곳엔 여섯 블록에 걸쳐 50여 개에 달하는 중고서점이 성업 중이었는데,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스트랜드만 살아남았다. 1956년엔 아예 현재의 스트랜드가 위치한 브로드웨이 12번가로 확장 이전했다. 거래 품목도 중고본에서 벗어나 언론 리뷰용 신간, 고서 및 희귀본, 음반 등으로 넓혔다. 벤 바스의 아들 프레드 바스는 스트랜드를 단순한 중고서점을 넘어 뉴욕의 대표적 문화 아이콘으로 키워냈다.

프레드는 13살 때인 1940년부터 학교 수업 후 서점으로 달려가 일을 했을 정도인데, 그 일은 지난해 11월 공식 은퇴할 때까지 계속됐다. 그가 스트랜드를 떠났던 시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2년간 군 생활을 했을 때가 유일했다. 프레드는 최고경영자지만 별도의 사무실은 없었다. 그는 늘 중고책 매입 데스크에 자리를 잡고 일했다. “매일매일 어떤 보물이 들어오고 나가는지 지켜보는 게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일”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그는 문학퀴즈로 직원을 선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내 피 속엔 책의 잔향이 담겨 있다”고 할 정도로 책을 사랑했던 했던 그는 지난 3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 “최대 서점을 일구는 게 꿈이었는데 그것을 이뤘다. 그래서 행복하다.” 89세의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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