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존댓말 쓰는 ‘교복 선생님’… “마음 여는 아이들 늘었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미화 대구 달서공업高 교사

‘학생들과 친해지기’ 목표로
2002년부터 교복 입기 시작
버스 타면 다들 이상하게 봐

스승의날엔 학생 발 씻어주고
조손가정 제자에겐 엄마 역할
“애정 쏟은만큼 학생 바뀌더라”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교복을 입기 시작했어요. ‘유난스럽다’고 핀잔하는 동료 교사들도 간혹 있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니 그걸로 만족해요.”

‘교복을 입는 교사’로 유명한 김미화(55·사진) 대구 달서공업고등학교 교사는 1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마흔이 가까워지면서 아이들과 거리가 조금 멀어지는 것을 느껴 친해져 보려고 시도했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김 교사는 “겉모습만 학생들과 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속마음까지 공유하고 싶은 소망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사의 교복 생활은 2002년 여름부터 시작됐다. 처음에는 2~3일 간격으로 입었지만 7년 전부터 매일 교복을 입고 출근하고 수업도 한다. 그는 “종일 교복을 입고 생활하다 보니 이제는 교복을 입지 않으면 어색할 정도”라며 “‘김미화’란 이름보다 ‘교복’이라는 별명으로 더 통하는 교사가 됐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교복을 입고 대중교통도 이용한다. 그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웃으며 넘길 때가 많다”며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전했다.

김 교사는 전근을 갈 때마다 새 학교의 교복을 직접 사서 입는다. 졸업생들에게 교육을 ‘물려받는’ 행운이 따를 때도 있다. 제자들은 김 교사가 교복을 입는 데 대해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 그는 “교복을 처음 입었을 때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교사가 교복을 입었다고 해서 학생들이 교사를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대신 수업 시간에 꾸벅꾸벅 조는 학생들은 줄고 마음을 터놓는 아이들은 늘었다. 동료 교사들 대부분도 지지해준다. 그는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튀는 행동을 해야 하냐’며 반대하는 교사들도 있지만 ‘나는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던 일인데 실천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는 동료가 더 많다”고 밝혔다.

눈높이 교육의 상징은 교복뿐만이 아니다. 김 교사는 학생들에게 존댓말을 쓰는 교사로도 이름이 나 있다. 교복보다 더 실질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김 교사는 “거친 말을 주로 쓰는 학생들을 위해 10년 전부터 실천하고 있는 일”이라며 “국어 교사가 존댓말을 쓰는 것을 보면 아이들이 욕을 조금이라도 덜 할 것 같아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 김 교사가 존댓말을 쓰고 난 이후부터는 욕하는 학생들이 줄었다. 김 교사는 “아이들은 참 맑다. 어른들이 조금만 모범이 되는 행동을 하면 금세 따라 한다”고 전했다.

김 교사는 스승의 날에도 특별한 행사를 한다. 학생들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이다. 그는 “2006년 시작한 이래 11년 넘게 아이들의 발을 씻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주저하던 학생들도 김 교사의 설득으로 순순히 발을 내민다. 김 교사는 세족식을 하면서 참 스승의 길을 걸어갈 것을 다짐하고, 나태하지 않은 교사가 되려고 마음속으로 채찍질한다.

학생을 향한 김 교사의 진실한 마음이 전해진 덕분인지 졸업 후에도 꾸준히 연락하는 제자가 유독 많다. 그는 “학교에서 소위 문제아였던 학생들이 졸업하고 군대에 가면 편지를 많이 쓴다. ‘나를 믿어주신 선생님 덕분에 바르게 자랄 수 있었다’며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아이들의 편지를 볼 때면 교사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고 자랑했다.

김 교사는 힘든 환경에서도 열심히 생활하려는 학생들에게는 더욱 마음을 쏟는다. 김 교사는 “우리 반에 게임을 자주하던 아이가 있었다. 주변 교사들이 부정적인 눈으로 아이를 봤는데 아이를 불러 상담을 해보니 컴퓨터 관련 일로 성공하겠다는 명확한 꿈이 있었다”며 “그 학생을 믿고 지지해줬더니 지금은 일본의 유명한 컴퓨터 회사에 취업했다”고 전했다.

김 교사는 편부모나 조손 가정의 제자들에게 ‘엄마’ 역할을 자처하며 20~30년 넘는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학습지를 출판하는 교육업체인 대교로부터 ‘눈높이 교육상’을 받았을 때도 자식처럼 돌보던 제자들이 와서 직접 축하해줬다. 1986년 교직에 입문해 정년이 10년도 채 남지 않은 김 교사는 “30년 넘게 교직에 있어 보니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이 참 맞는 것 같다. 교사가 애정을 쏟으면 아이들의 미래가 바뀐다”고 강조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은 교권 회복과 아동이 행복한 환경 조성을 위해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