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中企人 목소리는 듣지도 않고 “따르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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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인들이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힘찬 새해의 출발을 알리는 신년회를 가졌다. 공교롭게도 이 자리에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와 중기인을 대표하는 박성택 중기 중앙회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에 대해 한 목소리로‘연착륙’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이 말한 ‘연착륙’은 똑같은 단어임에도 의미는 저마다 달리 들렸다.

지난해 대비 16.4% 인상돼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된 최저 임금과 현행 주당 68시간인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려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중기인들은 신년회에서 ‘연착륙’을 말한 사람들을 믿지 않는다. 자신들의 요구를 정부와 정치권이 들어주지 않았다는 불신이 밑바닥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벽’으로 인식했을까?

한 중기 관계자는 “정부 관계자와 정치권 등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러나 아무도 우리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마치 벽에다 대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다른 중기인은 “(입장을 전달하기도 전에) 이미 다 정해져 있더라. 당사자들을 배제한 채 자기들끼리 결정해 놓고는 따르라고 하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라며 분개했다.

중기인들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한층 더 성숙한 사회를 위해 이런 정책들이 필요하다는 데엔 공감한다. 다만 최소한의 요구가 반영된 정책 시행을 원하고 있을 뿐이다. 중기인들은 기업규모별 유예기간 및 단계적 적용,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대한 주당 최대 8시간 특별연장근로 허용 등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그러나 아직 이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진정으로 중소기업과 중기인을 생각한다면, 이들에게 ‘벽’이 아닌, ‘귀’가 돼야 하지 않을까? 신뢰는 귀에서부터 시작된다.

김윤림 경제산업부 기자 best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