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살아남는 길은 기초·원천연구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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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의학상’ 기초부문 선정된 김은준 카이스트 교수

“눈앞만 보고 유행 따르기보다
기초의학 지속적 지원 따라야
연구자들 한우물 파는 게 중요”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원천 지식이나 기술에 기반을 두고 다른 나라를 앞서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우리나라가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초나 원천연구에 집중해야 합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 ‘제11회 아산의학상’ 기초의학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김은준(사진)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석좌교수(기초과학연구원 시냅스뇌질환연구단장)는 11일 “기초연구는 지속적으로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장 눈앞의 성과를 위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유행을 따라 연구를 지원하는 국내 기초연구의 현실에 대한 따끔한 지적이다. 그는 1995년 인간 뇌 속의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가 만들어지고 작동하는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김 석좌교수는 “기초의학은 특정 약물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발생하는가, 메커니즘과 기전을 제시하는 중요한 토대”라며 “(이를 밑바탕으로) 대형 제약회사들이 수조 원의 돈을 들여 약물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초연구에 대해 톱다운(Top down) 방식이 아니라 보텀업(Bottom up)으로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방침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초학자의 역할도 주문했다. 김 석좌교수는 “한 우물을 파는 게 중요하다”며 “나도 능력이 부족하지만, 이 분야를 20년 이상 연구하다 보니 나름대로 영역을 확보할 수 있었고, 조금 더 깊게 팔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자들이)너무 유행하는 추세에 따라 옮겨 다니는 것보다 주제를 정해놓고, 깊게 파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초연구자로서 김 석좌교수는 정신질환의 원인 규명에 매진하고 있다. 2011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뇌의 신경 시냅스 단백질이 부족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2015년에는 특정 신경전달 수용체가 과도하게 증가돼 있는 경우 자폐증·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에서 발견되는 사회성 결여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현재는 자폐증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김 석좌교수는 “우울증, 정신분열 등은 약물이 개발됐는데, 자폐는 아직까지 공인된 약물이 없다”며 “시냅스 유전자가 결손된 생쥐로 연구하고 있는데, 앞으로 가능하면 인간 줄기세포를 통해 인간환자에 대한 유전자를 분석해 자폐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오는 3월 2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임상의학부문 수상자 방영주 서울대병원 교수와 함께 상패와 각 3억 원의 상금을 받는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