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9.21 금요일
전광판
Hot Click
북리뷰
[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12일(金)
현대사회 생산과 소비를 지배하는 ‘셀럽’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셀러브리티는 개인주의와 자본주의를 작동시키는 훌륭한 접합체로 우리가 생산하고 소비하는 일상 전체를 지배한다. 사진은 지난 2014년 배우 나오미 와츠가 셀러브리티들의 각축장인 칸 영화제에 참석해 레드카펫 위를 걷자 카메라맨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셀러브리티 / 그레엄 터너 지음, 권오헌·심성보·정수남 옮김 / 이매진

개인주의와 자본주의의 접합체
미디어 동원해 私생활 노출시켜
새로운 인격으로 만들어 상품화

혈통 물려받거나 경쟁으로 획득
소셜미디어 통해 만들어지기도
엄청난 富와 명예 ‘달콤한 유혹’


오늘날 셀러브리티는 하나의 상품이고, 하나의 산업이며, 하나의 문화다. 셀러브리티는 개인이 노력을 통해 획득하는 특정한 자질(명성)이나 사회적 지위(유명인)가 아니다. 셀러브리티는 특히 연예산업과 미디어산업을 중심으로 제조돼 유통되는 제품이며, 대중의 소비과정 속에서 확장되거나 축소되면서 변주를 일으키는 담론이기도 하다. 셀러브리티는 현대사회 전체를 관통한다. 우리는 셀러브리티처럼 유명해지고 싶어 하고, 셀러브리티를 (뉴스, 영화, 토크쇼 등으로) 즐기고, 셀러브리티가 권하는 상품을 기꺼이 소비하며, 셀러브리티의 행동에 대해 관심과 열정을 기울이고 찬양이나 비난이 깃든 대화에 나섬으로써 우리 자신의 ‘바람직한’ 모습을 생성한다.

‘셀러브리티’에서 호주 퀸즐랜드대 교수이자 문화연구의 대가인 그레엄 터너는 주장한다. “셀러브리티는 소비 자본주의, 민주주의, 개인주의 사이의 담론적 결합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근본적인 메커니즘이다.” 셀러브리티를 들여다봄으로써 우리는 현대사회를 이해하는 핵심적인 문고리를 잡아당기는 셈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셀러브리티’란 무엇인가. 셀러브리티는 복잡한 개념이다. ‘명사’나 ‘스타’와 다르다. 명사는 주로 타고난 혈통이나 이룩한 업적에 따라 정의된다. 왕자나 공주, 또는 전쟁 영웅이나 뛰어난 발명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스타는 1920년대 미국 영화산업의 전략에서 탄생했다. 영화 출연 등으로 만들어진 배우의 명성을 토대로 신문, 잡지 등 각종 미디어를 동원해 배우의 사생활을 노출함으로써 작품과 배우를 분리하고 배우 개인한테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도록 했다. 영화 속 생활이 아니라 실제 생활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배우를 새로운 인격, 즉 스타로 만든 것이다. 방송, 잡지, 신문 등 미디어 상품뿐만 아니라 란제리, 수영복, 향수 등도 스타의 이름으로 팔 수 있으며, 스타가 출연하는 그다음 영화도 히트할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생활 노출은 대중의 관심을 촉발할 기회를 가져다주는 동시에 공들여 쌓아온 이미지를 망쳐버릴 위험을 동반한다. 시쳇말로 ‘한 방에 훅 가는 상황’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연예산업이나 미디어산업 등에서는 고도의 관리 시스템을 동원해 배우의 사생활 자체를 통제하고 제조함으로써 스타로 길러낸다. 스타는 정교한 제작과정을 거쳐 생산되는 공산품이다.

셀러브리티는 스타 개념을 이어받는다. 하지만 셀러브리티는 연예나 미디어 산업을 넘어서 모든 사회 영역으로 확산된다. 유시민 같은 정치인, 김연아 같은 스포츠 스타, 김영하 같은 작가 등도 오늘날 모두 셀러브리티에 포함된다. 셀러브리티는 명성이라는 초기 자본을 어떻게 획득하느냐에 따라 셋으로 나뉜다. 이들은 명성을 “(대통령이나 재벌가 아들딸처럼) 혈통을 통해 물려받거나, (스포츠 스타처럼) 공개경쟁을 거쳐 획득하거나, (유명 방송인처럼) 미디어를 매개”로 생산한다. 그다음은 똑같다.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적 관심의 대상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오늘날 ‘실시간 검색어 1위’에는 업적이라고 할 만한 게 눈곱만치도 없는, 전통적 시선으로 보면 시시껄렁하기 이를 데 없는 이들도 등장한다. 갑자기 사람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순식간에 증발하는 벼락스타들, 즉 ‘뜻밖의 셀러브리티’들이 즐비하다. 이들 중에는 사적 영역이 노출된 정치가, 사업가, 영화배우, 방송인 등 본래 명성 자본을 가진 이들부터 다음 날 아침이 되기도 전에 대부분 사람들이 기억 못할 오디션 프로그램 중간 탈락자도 있다.

소셜미디어의 발달은 셀러브리티의 탄생과 소멸 과정을 아주 복잡하게 만든다. 연예나 미디어 전문가 도움 없이, 자기 힘으로 유명해진 ‘DIY 셀러브리티’, ‘마이크로 셀러브리티’ 현상이 흔해지는 중이다. 때때로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 유튜브에 엄마가 노래 부르는 장면을 올려둔 한 소년은 대중의 망각을 기어이 극복하고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저스틴 비버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셀러브리티에게 열광하는 것일까. 저자에 따르면, ‘셀러브리티의 보편화 현상’은 현대사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모두가 셀러브리티가 되려고 하는 이유는 셀러브리티가 어마어마한 부와 명예로 우리를 매혹하는 물신의 상징이거나 우리를 허위의식에 빠뜨리는 이데올로기적 기구이기 때문이 아니다.

셀러브리티는 서구 개인주의가 발현되는, 즉 사적인 것에 대한 갈망이 드러나는 핵심 공간이다. 우리는 셀러브리티에게서 ‘개성의 현현’을 느낀다. 그레엄 터너는 말한다. “셀러브리티는 서양 문화의 이데올로기적 토대, 곧 개인성의 관념에 공명하며, 그런 만큼 문화의 핵심에서 작동한다.”

따라서 서구화된 현대사회는 셀러브리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셀러브리티는 개인주의와 자본주의를 작동시키는 훌륭한 접합체로 우리가 생산하고 소비하는 일상 전체를 지배한다. 셀러브리티는 우리의 존재 양식이다. 이 책은 이러한 셀러브리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소비되며 어떻게 소멸하는가를 종합한 셀러브리티 연구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352쪽, 1만6500원.

장은수 출판평론가·순천향대 초빙교수
[ 많이 본 기사 ]
▶ “군사합의 ‘항복문서’ 수준… 軍 운용 결정적 장애 초래”
▶ 유명의사 커플이 약먹이고 성폭행…동영상만 1000개
▶ 환각제 먹은 문어, 기분 들떠서 수컷과 ‘포옹’
▶ 최대 보수단체도 “평양선언 지지”…文 환영 행사도
▶ 해군사관학교 생도가 여생도 화장실에 1년간 ‘몰카’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 신원식 前 합참차장비행금지구역 확대…창공 막아 상대 알 수 없는 깜깜이군 전락냉전때 미·소 군축은 오픈방식 이행 여부 정찰비행 통해 확인비핵화 하기 前 정보력 무력화 절대 줘선 안될 안보보상 준꼴군사 작전..
ㄴ “평화체제 전환 국면 마련… 核신고 등 金의 결단 필요”
환각제 먹은 문어, 기분 들떠서 수컷과 ‘포옹’
수요만 누르던 정부… 집값 못잡자 결국 ‘新도시 카..
어머니와 교제 남성 흉기 살해한 20대…왜 그랬을..
line
special news 박지원 “김여정, 4·27 판문점 정상회담 직전 출산..
“김정은 ‘서울 답방, 태극기부대 반대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해”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21일 김..

line
‘손가락 하트’ 사진 찍은 김정은…“나는 모양이 안 ..
韓 ‘중간선거前 미·북회담’ 추진하지만… 급할 것 없..
수학난제 ‘리만가설’ 마침내 증명?…세계 수학계 ‘들..
photo_news
‘이중계약 논란’ 판빙빙, 中법원 초상권 소송서..
photo_news
자전거 시속 296㎞… 주인공이 45세 여자라네..
line
[주철환의 음악동네]
illust
어디에도 없는 ‘독보적 쇼맨’… 엄마의 밥 같은 노래로 情 일깨..
[인터넷 유머]
mark부부가 지켜야 할 교통법규 mark新. 말 실수 모음
topnew_title
number 술에 취해 여경 추행한 경찰 간부 숨진 채 발..
이혼후 집이 전처에게 돌아가자 격분…총질..
“아직 추락하고 있어요”…세리머니 펼치다 ..
해군사관학교 생도가 여생도 화장실에 1년간..
김형석 “참으로 뜻깊고 울컥한 순간들이었다..
hot_photo
‘265kg 슈퍼호박 구경하세요’
hot_photo
선예, 셋째 임신…“내년 1월 출산..
hot_photo
천경자 ‘초원Ⅱ’ 20억원에 팔렸다..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