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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12일(金)
“文정부, 北비핵화 한다지만… 평화적 核관리로 갈까봐 잠 안올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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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우리의 학문적·지적 풍토에서는 나오기 힘든 당대의 외교전략가로 꼽힌다. 파워인터뷰 내내 김 원장은 북핵 상황이 엄중할수록 동맹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원장이 지난 9일 인터뷰 직전 교수로 재직 중인 고려대 교정의 야외 공간에서 포즈를 취하며 기자에게 자신의 외교·안보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北核동결과 韓美군사훈련 중단
대통령 참모 맞교환 주장 우려돼
한국의 유일한 협상 카드인데
車砲떼면 뭘로 비핵화협상하나

北,남북접촉 발판 北美대화노려
목적은 核 포기 아닌 동결일 뿐
美 본토에 대한 안전 확보 위해
트럼프,동결협상 현혹될까 걱정

文 신년회견 비핵화 의지 긍정적
“남북관계만 염두” 비판 의식한 듯
核동결한 뒤 비핵화로 나아가면
체제보장·북한판 마셜플랜 검토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이 이명박(MB) 정부 임기 시작 후 4년간 외교·안보 라인의 요직에 기용되지 않았을 때 관가에서는 많은 뒷담화가 나돌았다. 캠프 시절 외교·안보 분야 ‘5인회’의 일원이었고 MB의 외교 책사로 역할을 했던 그였기 때문이다. 그가 MB 임기 1년을 남긴 2012년 2월 외교부 2차관에 발탁되자 항간에서는 “늦은 감이 있지만 될 사람이 됐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김 원장은 캠프 시절부터 차관직을 마칠 때까지 6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인 ‘비핵·개방·3000 구상’과 ‘한반도 신평화 구상’의 실천에 힘썼고 동맹의 강화에 주력하면서 대한민국의 외교 역량을 탄탄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기자가 김 원장에게 푹 빠진 건 국제 정치지형에 대한 그의 독특하면서도 탁월한 해석이었다. 김 원장은 “국제질서는 여전히 미국을 정점으로 한 패권적 세력균형에 의해 유지되며, 중국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미·중 투톱의 ‘주요 2개국(G2)’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좋아하는 격언을 묻자 김 원장은 ‘외교란 융단 장갑 속의 강력한 주먹’이라고 말했다. 그는 근현대에 한반도에서 벌어졌던 지배와 피지배의 냉혹한 역사와 부드러움 속에 감춰진 살수(殺手)의 계책, 그것들이 형성해온 국제정치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 김 원장과의 인터뷰는 25개월 만의 남북대화가 열리던 지난 9일 오후에 이뤄졌고,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이 있던 10일 전화로 추가 인터뷰를 했다.

― 먼저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정세, 국제 정세를 정리해달라.

“한반도 정세는 미국과 중국의 국익과 이해관계와 분리해서는 볼 수 없다. 미·중 두 나라는 협조체제를 구축하기보다 전략적 차원에서 동상이몽이랄까 그런 측면이 존재한다. 미국은 한반도와 대만,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지에서 오랜 기간 패권을 장악하고 있었고 이를 중국에 양보할 수 없는 상황에 있다. 중국 역시 미·중의 전략적 경쟁이란 틀 속에서 한반도 문제를 역내 다른 지역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된 문제로 생각한다. 중국은 역내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기 전에는 북핵 문제에 대해 적극 협력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왕왕 준다. 이게 북핵 문제가 계속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게 되는 국제환경이다.”

― 북핵 문제를 국제 외교·안보 지형과 떼어서 볼 수가 없다는 말씀이네.

“역내에서 한반도 주변 강국들의 이해관계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 비단 미·중만의 문제가 아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중국에 접근했다. 이는 제재 국면에서 러시아가 중국 대신 북한이 숨 쉴 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이유다. 일본은 미국이 역내에서 다하지 못한 역할을 자신들이 대신하고자 하고,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의 역할 제고를 기대한다. 이런 측면에서 일본은 한반도 긴장 고조의 수혜자이다. 이렇게 강대국 역학 구도가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있는 가운데 북핵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 상황 속에 25년을 끌어왔다.”

― 25년이란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을 하면서 일어난 이른바 ‘1차 북핵 위기’ 이후의 시간을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25년이 흐른 지금 역대 모든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도 이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해서 역사에 남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2018년 현재 북한의 핵미사일 수준이 워낙 고도화돼 있고 핵 포기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이른바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 그래도 남북대화가 나름대로 성과를 냈다. 남북대화가 이런 복잡한 국제관계를 뚫고 나가거나 견인 역할을 할 수는 없을까.

“남북대화의 미래에 대해 세 가지의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다. 앞으로 대화가 지지부진한 상태로 가는 것, 남북대화가 미·북 대화로 연결돼 여당이 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북핵 동결+알파’, 즉 비핵화가 가능한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 남북대화가 미·북 대화로 일시적으로 이어지긴 하지만 진전되지 못하고 상황이 더 악화하는 것이다.”

― 세 가지 중 본인이 예측하는 시나리오는 뭔가.

“비관적이지만 세 번째 시나리오다. 결국은 돌아서 제자리로 오고 상황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 기저에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없다는 관측이 깔려있다. 중국도 ‘100%의 비핵화’를 위해 협조하기에는 역내에서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에 미국의 전략적 양보 없이는 중국이 근본적인 역할을 하기는 힘들다. 우리 정부는 ‘동결 입구-비핵화 출구’라는 추상적인 얘기만 할 뿐 입구와 출구 사이에 복잡하게 얽힌 사안을 풀어낼 로드맵을 준비했다는 얘기를 지금까지 들어본 일이 없다. 따라서 난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편이다.”

― 북한이 남북대화를 통해 북·미대화를 견인하려 한다면 대화 과정에서 미국이 비핵화를 의제로 놓을 텐데.

“북한이 남북대화를 통해 북·미대화로 가려 하겠지만 그건 비핵화를 위해 그러는 게 아닐 것이다. 미국으로부터 인정받고 핵 보유국으로 협상하자는 것 아닌가. 북한이 생각하는 건 비핵화가 아니라 동결일 것이다. ‘과거는 묻지 말라, 현재 상태에서 ‘스톱’하고 미국을 본격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지 않을 테니 제재를 풀어달라’ 이런 생각을 가질 거다. 우리 입장에서는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다. ICBM은 우리와는 큰 상관이 없다. 그러나 스커드, 노동 등 온갖 단거리·중거리 미사일이 다 실전 배치된 상황에서 이미 개발된 핵무기를 그대로 놔둔 채 말 그대로 봉인을 한다는 건 위험하기 짝이 없다.”

― 미국이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 것이라고 보나.

“지난주 워싱턴DC를 방문해 한반도 전문가들과 미 정부 내 친구들을 두루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자신이 협상의 달인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북한과 만약 협상하게 됐을 때 비핵화 협상은 어렵고 오히려 동결을 전제로 한 협상에 빠르게 현혹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들의 관측이었다. 내가 만나본 미국인들은 그런 걱정을 많이 했다.”

― 트럼프가 비핵화가 아닌 핵 동결에 현혹된다고 보는 이유는.

“비핵화는 북한이 받지 않을 카드다. 미국으로서는 핵 동결과 ICBM 개발 중단만 받아도 안전해질 것 아닌가. 워싱턴DC와 뉴욕, 로스앤젤레스(LA)를 지키고 본토에 대한 북의 위협을 제거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트럼프는 자기 할 일을 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비핵화를 강조한 일은 다행스러운 일 아닌가. ‘비핵화는 양보할 수 없는 기본 입장이다’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핵의 평화적 관리론에 무게를 뒀던 청와대 안팎의 기류와는 상당히 결이 달랐는데.

“대통령이 강한 비핵화 의지를 보인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일이다. 하지만 이는 문재인 정부가 북핵을 해결한다는 목적보다 남북관계 진전에 더 목표를 두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일 수 있다. 이제는 말만으로 그쳐선 안 되고 말과 행동 둘 다 필요한 시점이다. 실제로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정책과 전략을 통한 행동이 나와줘야 한다.”

― 문재인 정부가 비핵화 말만 하고 로드맵은 없다는 것인가.

“로드맵은 없고 개념의 열거만 있다. 문 대통령 참모들이 주장하는 건 ‘북핵의 해결’이 아니라 ‘북핵의 관리’다. 한·미군사훈련 중단과 동결을 맞바꾸면 기존의 핵은 평화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다. 여기에 너무 비정상적인 무게를 두고 있다. 동결만 하더라도 큰 성과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 막판에 사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가 한·미연합군사훈련이다. 이런 카드를 핵 동결과 맞바꾸면 비핵화하기도 전에 차 떼고 포 떼자는 건데 비핵화는 뭘 갖고 협상하나. 정말 그런 방향으로 흘러갈까 봐 난 거의 잠이 안 올 정도다.”

― 현실적으로 동결을 거치지 않고 비핵화로 갈 방법이 없지 않나.

“물론이다. 다만 북핵 동결이라는 건 비핵화를 향한 기술적인 중단일 뿐이란 걸 알아야 한다. 동결에 많은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없다. 우리가 북의 핵 동결에 줘야 할 점수가 10이라면 이 정부는 30점, 40점 이상을 주고 있다. 그건 이미 협상 입구에서부터 지고 들어가는 것이다. 비핵화를 할 때 ‘우리는 너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많은 걸 줄 수 있다’는 내용으로 협상 공식이 짜여야 한다.”

― 한국이든 미국이든 비핵화를 분명한 목표로 협상 공식을 짜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워싱턴에서 우려하는 것도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 정부가 동결에 비중을 둘 경우, 미국도 한국을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우리는 두 번이나 북에 속았다. 제네바 합의(1994년)도 동결이었고 2·13 합의(2007년)도 동결이었지만 결국은 번번이 속임수를 썼다.”



― 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해 말하는 건 한마디로 뭔가.

“핵은 절대로 포기 안 한다. 미국과 잘 지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남조선 너희가 협조해주면 좋겠다.”

― 제재국면에 대응하고 북·미대화로 가기 위한 국면 돌파용인가.

“그렇다. 트럼프가 생색내는 게 전혀 일리가 없지 않다. 압박을 가하고 제재다운 제재가 먹혀들어가니까 북한이 대화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 김정은 신년사로 남북대화가 이뤄졌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응원단 파견, 공동 입장 등이 합의됐고, 국기 대신 한반도기 사용 얘기도 나온다.

“너무 많이 나갔다. 스포츠와 정치는 기본적으로는 분리해야 한다. 한국이 (스포츠와 정치를) 섞는 순간 미국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을 강조하면 한·미동맹 문제는 적대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핵 문제를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다루는 것과 국제주의적 관점으로 보는 것은 상당히 다르다. 벌써 북에서 ‘우리끼리’라는 선전문이 나오지 않나. 이것은 우리의 우방, 동맹국의 입장에서는 생뚱맞다.”

― 1994년 제네바 합의는 ‘코리아 패싱’의 전형이었다. 한국은 미국이 브리핑하는 북·미대화 결과를 받아쓰기만 했다. 앞으로 코리아 패싱을 피하려면 한국은 어떤 협상 전략을 구사해야 하나.

“반복하지만 남북협상은 남북이 같은 동포임을 확인하는 과정을 넘어 궁극적 목표가 비핵화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 접촉 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비핵화가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순간 코리아 패싱 가능성은 급격히 올라간다. 문재인 정부에 맡겼다가는 ‘배가 산으로 가겠구나’ 생각하고 미·중이 비핵화 문제를 직접 핸들링해야겠다 생각할 테니까. 낭만적 민족주의가 아니라 현실적 국제주의적 시각에서 남북대화를 하고 있다는 확신을 미국과 중국에 심어줘야 한다. 그 과정에서 비핵화를 위한 ‘코리안 프러포절’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미국과 중국이 ‘아, 한국이 보통이 아니구나’ ‘한국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 북핵 위기 이후 25년인데 그동안 보수·진보정권이 교차했다. 진보정권은 말할 것도 없고 보수정권 9년 세월 동안 북핵 질주를 막지 못했다. 왜 그런 것인가.

“민감한 얘기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일차적 책임은 미국에, 그다음은 중국에 있다. 미국은 ‘9·11테러’를 당한 뒤 중동에 올인하느라 중국에 북핵 문제 해결을 아웃소싱했다. 실제로 2003년 이후 중국이 6자회담의 이니셔티브를 가졌다. 그런데 중국은 그 기회를 진지하게 활용한 게 아니고 ‘피스 메이커’로서의 이미지 구축이나 자신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에만 활용했다. 미국은 중국을 믿고 맡겼는데 중국은 그걸 무책임하게 관리한 나머지 북한에 시간을 엄청나게 준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북핵 질주는 미국과 중국의 공동 책임, 강대국 책임이다.”

― 북한을 비핵화로 이끄는 가장 유효한 수단은 대화인가 제재인가.

“제재를 통해 대화를 이끌고 그 뒤엔 외교적 협상을 하는 것이다. 북한이 동결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스냅백, 즉 혜택을 무위로 돌려야 한다. 북이 핵 동결을 하게 되면 부분적으로 대북제재를 완화하면서 빠른 속도로 비핵화 회담과 평화회담을 병행해야 한다. 한쪽에선 평화체제를, 한쪽에선 비핵화를 논의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북한 체제 보장이 이뤄지고 대규모 경제 지원을 하는 북한판 ‘마셜 플랜’을 검토할 수도 있다.”

― 원장님이 생각하는 제재와 대화의 방정식을 이해할 것 같다. 기본적으로는 대화론자이지만 대화가 결실을 거두기 위해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 아닌가.

“그렇다. 대화는 동결 전에도 이뤄질 수는 있다. 그러나 동결을 실질적으로 가져오기 위해선 동결이 이뤄지는 순간까지 제재를 지속적으로 한다는 입장이다. 그 뒤엔 대화를 통한 협상이다. 협상의 최종 목표는 비핵화에 있고 그 단계에 이르기까지 우리 나름의 로드맵과 코리안 프러포절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게 내 결론이다.”

― 현 시점의 한·미관계, 어떻게 보나.

“미국 조야에서 점점 의구심이 커진다. 세 가지의 의구심이다. 한국이 중국 쪽에 가까이 가려고 한다는 것, 동맹보다는 남북이라는 축을 우선시한다는 것, 남쪽 당국이 비핵화보다 핵의 평화적 관리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고 거기에 트럼프가 장단을 맞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생각보다 더 비관적이다.

“나 역시 기본적으로 대화론자이지만 대화의 궁극적인 성과에 대해 비관적인 편이다. 그렇기에 플랜B가 필요하다. 플랜B에는 세 가지 옵션이 있다. 핵무기를 만들기 직전까지 가는 핵 주기 완성, 미국 전술핵 재도입, 대한민국의 자체 핵무장이다. 이 옵션을 아예 제외하고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면 그건 직무유기다. 정부가 대놓고 언급할 건 아니지만 비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서라도 어디선가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 한·중 관계는 어떤가.

“안타까운 수준에 와 있다. 3불 입장 표명은, 중국에 대한 대북 역할론이나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올림픽 참여 기대감 등이 작용해 너무 많이 내준 것이다. 우리 입장은 상황 변화에 따라 바뀔 수도 있는데 그걸 중국에 약속하고 공개한 게 문제다. 우리 입장을 바꿀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앞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추가 배치가 필요하면 어떻게 할 건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할 필요성이 생긴다면, 한·미·일 군사협력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3불은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전략 공간을 스스로 축소해 버린 것이다.”

― 위안부 문제는 어떻게 보나.

“일단 재협상으로 안 간 것은 다행스럽다. 양국 외교문서를 공개하는 건 아쉬움이 있다. 외교는 얼음장처럼 차가울 정도로 냉정해야 하는데 전 정권에 대한 미움이나 감정이 들어간 것 같다.”

― 아랍에미리트(UAE) 사태의 본질은 뭐라고 보나.

“내가 정부에 있던 때의 일이 아니라서 잘 모른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전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 과정에서 여러 부작용과 억측을 낳은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개혁은 짧고 굵게 전광석화처럼 해야 한다. 정치 보복성 수사는 조기에 매듭짓고 국론 결집에 포커스를 맞춰야 할 것이다. 국론 통합, 탕평으로 나아가야 미래가 있지 않을까. 이건 비판이 아니라 일종의 우정어린 조언이다.”

― 4강 대사 임명을 어떻게 보나.

“저 자신도 직업 외교관 출신이 아닌 사람으로서 외교부에 가서 공직을 해봤기 때문에 직업외교관 만능주의자는 아니다. 좋은 외부인을 쓸 수 있으면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에 외부에서 수혈된 분들을 보면 전문성이나 언어 구사라는 점에서 상당히 떨어지는 분들이 많다. 현지어도 영어도 안 되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 그건 국가 이익을 도모하기보다는 국가 이익을 부수고 다닐 가능성이 크다.”

― 외교부 패싱, 강경화 장관 패싱 얘기도 많다.

“내가 차관 시절인 2012년 제네바에서 당시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 부대표였던 강경화 장관과 식사를 한 일이 있는데, 영혼이 맑은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건 변함이 없다. 다만 왜 외교부 패싱 얘기가 나오느냐면 현재 일어나는 외교·안보 분야의 도전에 별로 준비가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 장관은 안보와 군사 분야에서도 상당한 경험과 지식이 있어야 한다. 청와대 참모들보다 실력이 떨어지면 금방 소문이 나서 ‘창피한’ 일이 생기기 시작한다. 문제는 외교·안보나 군사 문제가 하루아침에 실력이 느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장차관이란 배우는 자리가 아니고, 자신의 지식과 역량을 소진하는 자리다.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당장 한 시간 후에 망신당할 수도 있다.”

― 미국이 북한에 밀리터리 옵션을 쓸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할 가능성이 ‘제로’라고 말할 수는 없다.”

― 그럼 한국은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을 용인할 수 있나.

“그런 상황까지 오면 선제타격이 나을지 아니면 핵을 핵으로 억제한다는 관점에서 자체 핵주기 완성이나 핵무장 등의 플랜B를 하는 게 나을지를 신중하게 비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원장님의 박사학위 논문 주제가 ‘미국의 대중남미 정책’이더라. 중남미가 왜 저렇게 됐나.

“한마디로 포퓰리즘 때문이다. 중남미는 우리보다 정당정치 역사가 훨씬 길다. 100년 이상씩 된다. 극좌에서 극우 정권까지 다 나왔다. 거기 공통으로 흐르는 게 포퓰리즘이다. 그게 망조다. 우리도 정책 입안이 포퓰리즘에 좌우된다면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국민 여론에 귀를 기울이되 인기영합주의로 흐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뷰 = 허민 선임기자(정치부) minski@
e-mail 허민 기자 / 정치부 / 부장 허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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