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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12일(金)
‘평창 턱밑’까지 번진 AI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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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부대의 화생방지원 제독차량이 10일 경기 양주시 부곡리와 교현리 일대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 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금류 2~3월 산란기 면역력 저하… 올림픽기간 급속확산 우려
‘中部 시작’공식 깨져… ‘철새 경로 변화 - AI 토착화’의견 분분

작년10월부터 정부 차원 방역
H5형 백신 개발불구 비축안돼
인체감염 H6형은 종자만 확보

도내 거점 소독장 24시간 운영
경기장 주변 닭·오리 등 가수매
강원서 발생땐 선수 이동‘차질’

작년 11월이후 고병원성 AI로
닭·오리 158만여마리 殺처분
최근 14년간 AI피해 9888억

軍·전문가 등 인력 3배로 늘려
리 사육휴지제 참여 84가구
60만마리 살처분 면해 ‘효과’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조류인플루엔자(AI) 비상이 걸렸다. 주춤한 듯하던 고병원성 AI가 올해 들어 빠른 속도로 확산돼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확진 판정을 받은 산란계 농장이 있는 경기 포천은 강원도와 인접 지역이다. 올림픽 개최지 평창의 턱밑까지 AI 바이러스가 도달한 것이다. 평창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전남 등 남부지방에서 최근 10여 일 사이에 고병원성 AI가 잇달아 발생한 것도 불안 요인이다. AI가 급속히 확산할 계절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동계올림픽 개최 시기(2월 9∼25일)에 AI가 절정에 달할 것이란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만약 AI가 동계올림픽에 영향을 미친다면 각국 대표 선수와 임원들의 식사·이동 문제는 물론 경기 진행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AI로부터 평창동계올림픽을 지켜내는 문제는 ‘발등의 불’ 같은 화급한 사안이다. 예년과 달리 남부에서 중부지방으로 확산하는 이번 겨울 AI의 특성 등을 감안해 필사적인 대책을 강구 중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움직임 등을 짚어 봤다.

1 강원도·평창조직위‘비상’

고병원성 AI가 평창동계올림픽대회를 한 달 남기고 강원 인접 지역까지 확산하면서 강원도는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강원도는 고병원성 AI가 도에서 불과 1.2㎞ 떨어진 경기 포천까지 확산하면서 AI 유입 차단을 위한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횡성에 위치한 산란계 밀집 사육지역과 가금류 1만 수 이상 사육농가 75호에는 농가당 2명씩 공무원을 배치해 출입 차량 등에 대한 점검·통제를 하고 있다. 강원도는 또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 반경 3㎞ 이내 가금류를 비롯해 10일 기준 280개 농가에서 9276마리를 도태했다. 아울러 AI 유입 방지를 위해 공무원 등 인력 156명을 동원해 도내 18개 시·군에서 상시 거점 소독장소 25곳을 24시간 체제로 운영 중이다.

2 창궐예상·대회기간 겹쳐

지난해 대규모 살처분 등 큰 피해를 낸 뒤 일선 농가가 최근 재입식에 들어가 오는 2~3월이면 계란을 낳는 시기가 본격화된다. 조류도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임신기가 되면 면역력이 떨어지는데 올림픽과 시기가 겹치면서 AI 발생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겨울철 바이러스의 생존 기간이 한 달 이상이고, 산란기와 중첩된다는 점에서 AI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상희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는 “동계올림픽은 보건의식이 상당이 높은 선진국들이 주로 참여하는데, 만약 AI가 창궐하게 된다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소독과 이동 중지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취약 지역 농가별 정밀검사 등의 강력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3 경기도, 방역은 어떻게

경기도는 AI가 발생한 농가에서 3㎞ 이내 20개 농가가 사육하는 39만 마리 가금류에 대해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했다. AI가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군인·전문가·용역 등 살처분 인력을 3배(324명)로 늘려 살처분 기간을 단축했다. 도는 또 수의사 95명을 투입해 매일 산란계 385농가에서 폐사한 닭을 검사하고 농가 출입을 제한하는 환적장을 운영, 계란 반출을 주 2회로 제한하고 있다. 도는 또 포천 통제소 5곳 등 도내에 통제소 23개소를 설치해 AI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연천·양주·가평·강원 철원 등 인근 시·군에 1~2곳의 거점소독소를 운영하고 있다.

4 정부 대책은

지난겨울 피해를 교훈 삼아 정부는 올겨울 AI의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특히 평창동계올림픽 시기에 AI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범정부 차원에서 방역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5일 이낙연 국무총리도 직접 ‘AI 상황점검 및 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올림픽 종료 시점까지 방역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9월 말까지 AI 상시점검 및 검사 체계 조기 구축을 완료했다. 또 지난해 10월부터 오는 2월까지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AI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심각’ 단계에 준해 방역을 하고 있다. 전 지자체에 AI방역대책본부·상황실을 설치해 24시간 비상체제를 유지하고 AI 발생·확산 시 가축거래상의 계류장, 전통시장 등을 폐쇄 조치하고 있다. 또 차단 방역을 강화하기 위해 농장 출입을 최소화하고 농가 모임도 금지하고 있다.

5 백신 도입 어디까지

AI 확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가금류에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정부는 고병원성 AI의 긴급상황에 대비해 AI항원뱅크 비축 및 긴급 백신접종 시스템 구축방안을 마련했다. 전국적 확산이 우려돼 살처분, 이동제한 등으로 효과적인 통제가 어렵다고 가축방역심의회가 판단할 경우 긴급접종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국내에서 H5바이러스용 AI백신이 개발됐지만 백신억제 정책으로 그동안 비축되지 못했다. 올겨울은 농가에 백신 보급이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인체 감염 우려가 있는 H6형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백신 개발에 필요한 종자 바이러스만 확보해 놓은 상태로 이를 임상시험을 거쳐 상용화하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유럽 등지에서는 비축한 백신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어 AI(방어율 90%)를 막아냈다.

6 예년과 다른 양상

이번 겨울에 발생한 야생 AI는 예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AI 발생 공식이 깨진 것이다. 통상적으로 AI 바이러스는 겨울 철새가 남하하는 경로를 따라 중부지역에서 먼저 검출된다. 그러나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이 이번 겨울 야생조류의 고병원성 AI 검출 경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월부터 순천, 제주 등 남부에서 먼저 검출되고 천안, 용인 등 중부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 같은 검출 경향은 예년과 다른 것이다. 2016년의 경우 10월부터 천안, 아산 등 중부에서 검출되기 시작해 11월 중순 이후 강진, 부산 등 남부로 이어졌다.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진은 “올겨울 고병원성 AI가 남부지역에서 처음 검출된 것은 고방오리, 홍머리오리 등 장거리 이동 철새들이 북극해로부터 홍콩, 중국 남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남해안, 제주도 등 남부지역을 경유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철새들이 강이 얼어붙은 강원, 경기를 찾지 않고 곧바로 남부지방으로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7 원인, 토착화냐 철새냐

방역 당국은 겨울 철새가 남하하는 경로를 따라 예년에는 중부에서 먼저 검출돼 왔던 AI 바이러스가 올해는 남부에서 먼저 검출되기 시작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일각에서는 올해 AI 바이러스가 철새를 통해 국내에 유입된 것이 아니라 국내 농가에 잠복해 있다가 재확산되는 등 토착화돼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방역 당국과 관계기관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강원도의 한 관계자는 “토속화는 절대 아니다”며 “올해의 경우 제주, 고창을 비롯해 일본 등에서 검출된 AI와 상동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원인은 철새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립환경과학원 정원화 생물안전연구팀장은 “4~5월쯤 올해 시즌이 끝난 뒤 2017∼2018년 전체 패턴을 분석하면 2016년과 어떻게 달랐는지에 대한 약간의 추정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8 사육제한제도 효과는

정부가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AI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 겨울 들어 처음 도입한 오리 사육제한(휴지기) 지원사업은 나름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AI 피해가 가장 큰 전남의 경우 정부의 사육제한 지원사업에 참여한 오리농가는 55가구(95만 마리 사육), 시·군 자체 사육제한 지원사업에 참여한 오리농가는 29가구(33만5000마리) 등 모두 84농가(128만5000마리)에 달한다. 이들 농가가 사육하는 오리 가운데 절반가량인 60만여 마리는 AI 확진 농가로부터 3㎞ 이내에 있어 살처분될 뻔했으나 사육휴지기제 덕분에 살처분을 면했다. 전남지역 9개 농장에서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살처분된 오리 63만 마리와 맞먹는 수치다. 사육휴지기제 도입으로 살처분을 통한 사회적 손실을 피할 수 있었던 셈이다. 사육휴지기제 참여 농가에는 오리 한 마리당 510원이 지원된다.

9 항구적 대책은 없나

고병원성 AI 발생 위험을 최소화하고, 피해 방지를 위한 항구적인 대책은 아직 모범답안이 없다. 다만, 전남도가 전국 시·도 중 처음으로 올해부터 추진하는 시책에서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전남도는 가금류 밀집 사육지역을 AI 중점방역관리지구로 지정하고 이들 지역 축사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등의 대책을 추진 중이다. AI 중점방역관리지구는 △야생조류 등에서 AI 바이러스가 최근 3년 이내 검출된 지역 △AI가 최근 5년 내에 2회 이상 발생한 지역 △축산농가 수가 반경 500m 이내 10가구 이상 또는 1㎞ 이내 20가구 이상인 지역 등이다.

도는 AI 중점방역관리지구 내 가금류 사육농가 가운데 △가금농가 간 거리 500m와 철새 도래지로부터 3㎞를 초과하는 지역으로 축사를 이전하는 경우 △이전 지역 또는 현 지역에서 가금류를 다른 축종으로 변경해 사육하는 경우 등에 신축·개보수 비용을 80%까지 보조해 주기로 했다.

10 AI 피해액은

반복되는 AI의 창궐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실로 막대하다. 2003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정부가 집계한 재정소요액(살처분보상금, 생계소득안정, 입식융자 및 수매 등)만 9888억 원에 달한다. 매년 그 규모도 증가했다. 지난 2003·2004년 겨울의 재정소요 규모는 874억 원 정도였지만 2016·2017년 겨울에는 3000억 원을 훌쩍 넘었다.

지난해 12월 감사원이 발표한 ‘가축전염병 예방 및 관리 실태’에 따르면 2016년 1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전국 418개 농장에서 AI가 발생했으며 가금류 총 3807만 마리를 살처분하고 3688억 원의 재정이 투입돼 사상 최대의 피해 규모를 기록했다. 올겨울(2017년 11월부터) AI로 살처분된 닭과 오리 수는 모두 158만4000여 마리(닭 90만4000마리, 오리 68만 마리) 정도다.

정우천·오명근·박정민 기자 sunshin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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