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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12일(金)
평창올림픽과 ‘우리민족끼리’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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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돈재 건국대 초빙교수 前 국정원 1차장

지난 9일 개최된 고위급회담에서 남북이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대화 재개에 합의함으로써 평창올림픽의 성공과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갑자기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개되는 사태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코미디처럼 우스꽝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말하는 것과 속내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이며 동족으로서 함께 기뻐하고 성공적 개최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지만, 진심이라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의 의도가 ‘우리 민족끼리’를 내세워 유엔 제재에 균열을 내고 궁극적으로는 한·미 동맹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에 있다는 게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대화를 100% 지지하고 남북대화가 북·미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데 문재인 대통령과 견해를 같이했다고 하나 그걸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김정은의 신년사에 안심한 사람이 있다면 연휴 동안 샴페인을 너무 마셔서 그럴 것”이라고 했고, 국무부 대변인은 “김정은의 진정성에 매우 회의적이며 한·미 관계를 이간질하려는 것”이라고 평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2일 “김정은의 신년사는 우리 제의에 호응한 것”이라 하고 10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할 때에는 “남북 고위급회담 성과가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원칙과 협력 덕분이었다”고 했으나, 아전인수격 해석이거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덕담일 뿐이다. 북한이 핵 무력 완성 후 평화 공세로 나올 것임은 오래전부터 예견돼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 정부가 이번에 서둘러 남북대화를 추진하는 속내는 평창올림픽 때문이 아니라, 햇볕정책의 복원과 대북 퍼주기의 부활에 있다는 점을 알 만한 사람은 모두 알고 있다.

이렇게 겉과 속이 다른 말들이 난무할 때에는 국민 스스로가 환상에서 벗어나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먼저, 대화를 통해 북한의 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까지 북한의 태도로 보아 압박과 제재 외에 다른 해결책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평창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북한 핵 문제로 남과 북이 각각 국가·체제 존립의 위기에 처했는데 스포츠 행사로 화해 협력과 평화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면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2007년 창춘(長春)동계아시안게임까지 9차례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공동 입장했으나, 북한 핵 문제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지난해 6월 무주 세계태권도대회에 참가한 북한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스포츠 위에 정치 있다”고 했던 말도 기억해야 한다.

북한이 내세우는 ‘우리 민족끼리’에 대해서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오랫동안 외침에 시달려온 우리에게 ‘민족’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마술적인 힘을 북한이 이용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핵 개발 전에는 “핵을 같은 민족에게 쓰겠는가”라고 하던 북한이 핵 개발 후에는 곧바로 우리에게 “열핵폭탄을 안기겠다”고 위협해 왔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있다.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을 따뜻하게 환영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유엔 제재를 어겨가며 체재비를 지원하거나 모란봉악단에 온통 넋을 빼앗겨선 안 된다. 이제까지 우리는 북한에 너무 관대했고 북한의 속임수를 너무 쉽게 잊고 지내왔다. 앞으로 북한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데 정신 차려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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