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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12일(金)
造船 일류국의 삼류 여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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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일 문화부 부장

우리나라의 교통 인프라 중 가장 열악한 게 해상교통이다. 한 번이라도 섬에 가본 적이 있다면 안다. 우리 연안을 다니는 여객선이 얼마나 낡고 녹슬었는지. 편의시설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고, 지저분한 화장실은 겨울철에도 냄새가 진동한다. 폐선이나 다름없는 배를 타고, 기름 냄새와 진동, 소음에 시달리다 보면 여행의 낭만은커녕 두통까지 생길 정도다. 지난 2016년 기준 전국의 연안 여객선 이용객은 1542만여 명에 달한다. 국민 전체 인구의 3분 1에 육박하는 숫자가 여객선을 탄다. 그런데도 연안 여객선은 ‘대중교통’이 아니다.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규정이 육상교통 위주라서 그렇다. 대중교통에는 국가가 유가보조금, 공영차고지 지원, 벽지 노선 손실 보상 등 다양한 지원을 하지만, 연안 여객에 대해서는 선사 결손 보조금과 도서 운임 보조 지원이 고작이다.

연안 여객선을 타는 승객은 섬 주민이 대부분일 것 같지만, 사실 육지 사람의 숫자가 훨씬 더 많다. 2016년 연안 여객선 이용객 중 도서민은 370만 명이었던 반면, 육지 사람은 도서민의 3배에 육박하는 1172만여 명이었다. 여객선을 탄 외지인들은 대부분이 섬을 찾은 관광객이었다. 연안 여객을 대중교통으로 인정해 국고 지원을 한다면 섬 주민만 혜택을 보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전국의 108개 항로를 운항하는 연안 여객선은 모두 167척. 이들 여객선은 모두 일본 등 해외에서 중고로 사 온 배들이다. 이 중 선령 20년을 넘긴 ‘늙은 배’가 46척이다. 운항 중인 연안 여객선 가운데 국내에서 건조된 배는 한 척도 없다. 비교적 선령이 적은 여객선도 내부에 편의시설이 거의 없고, 화장실 등의 구조와 시설도 누추하기 짝이 없다. 차량을 싣는 카페리호에서 가장 불편한 건 예외 없이 차량을 후진으로 진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방파제 끝에서 차를 몰고 후진으로 배에 진입하는 건 운전에 웬만큼 익숙해도 늘 긴장되는 일이다.

피오르 해안의 특성상 협만의 곳곳에서 카페리 연안 여객선을 운항하는 노르웨이나, 섬과 섬 사이의 여객 항로가 많은 일본의 경우는 자국의 지형이나 운항 특성에 딱 맞춘 배를 건조해 운항한다. 노르웨이의 연안 여객선은 마치 ‘떠다니는 다리’와도 같다. 차량을 전진으로 싣고, 전진으로 내려준다. 요금도 배에 오른 뒤 차에 탄 채로 낸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가고시마에서 사쿠라지마를 왕복하는 카페리호는 차를 2층으로 싣는데, 편리한 톨게이트 형 요금징수 시스템을 갖췄다. 기름 냄새는 물론이고 소음과 진동도 거의 없다. 우리 여객선과 비교하면 고급승용차와 경운기 이상으로 차이가 난다.

우리는 언제쯤 노르웨이나 일본에서 운항하는 것과 같은 연안 여객선을 타볼 수 있을까. 우리는 언제까지 기름 냄새 진동하는 20년 넘은 수입 중고 여객선을 타야 할까. 정부가 연안 여객선의 준공영제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연안해운 발전전략을 세웠지만, 여객선의 국내 건조를 가로막는 금융기관의 여객선 담보 불인정 등 산적한 제도적인 문제를 풀지 않는 한, 국민은 앞으로도 계속 경운기 같은 여객선을 타야 한다. 기름 냄새와 소음, 진동, 그리고 두통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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