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륙 울린 ‘눈송이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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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공 자녀 얇은 옷입고 등교
머리·눈썹 눈서리… 성금 쇄도

중국에서 눈발 속 등굣길에 ‘눈송이 소년’이 된 한 소년의 사연이 온라인에 소개되면서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소년은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떠난 ‘농민공(農民工)’의 자녀로 중국 빈곤층의 힘든 삶을 여과 없이 드러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12일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과 차이나데일리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소셜미디어와 포털사이트에는 윈난(雲南)성 자오퉁(昭通)시 주안산바오(轉山包) 마을에 사는 8세 소년 왕푸만(王福滿·사진)의 사진 한 장이 사연과 함께 올라왔다. 학교에서 약 4.5㎞ 떨어진 마을에 사는 왕푸만은 영하 9도의 추위 속에서도 얇은 옷을 입은 채 머리와 눈썹이 온통 눈으로 뒤덮여 서리까지 맺혔다. 1시간 넘게 걸어서 볼은 빨갛게 상기됐다. 추위에 떨며 학교에 왔지만 교실은 난방 시스템이 돼 있지 않아 언 손과 발을 녹일 수조차 없었다.

담임교사가 찍은 이 사진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국에 전해졌다. 그에게는 ‘눈송이 소년(氷花男孩)’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왕푸만은 농민공 자녀로 중국에서는 이른바 ‘유수아동(留守兒童)’으로 불린다. 부모와 떨어져 농촌에 홀로 남겨진 유수아동들은 가난과 외로움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하기도 한다. 중국의 유수아동은 무려 6100만 명에 달한다.

할머니와 누나와 함께 흙집에 사는 왕푸만은 주로 밥과 야채로 끼니를 때운다고 이웃은 전했다. 난방 기구도 없어 장작을 태워 온기를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왕푸만은 “학교에 가는 것은 춥지만 힘들지는 않다”면서 “커서 경찰이 돼서 나쁜 사람을 잡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왕푸만의 가슴 아픈 사연이 전해지자 중국 전역에서 성금이 쇄도해 하루 동안 30만 위안(약 5000만 원)의 성금이 모였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