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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12일(金)
악플 퇴치 절실성과 지도층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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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장

지난 10일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기존과 다른 파격적인 방식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정작 대통령의 답변 중 일부 내용은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한 언론사 기자가 정부나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쓰면 악플에 시달린다고 한 질문에 대해 대통령은, 생각이 같든 다르든 유권자인 국민의 의사표시라고 생각하고 기자들도 좀 예민하지 말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라고 답했다. 일견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에서 댓글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갖는 사회·문화적 의미를 너무 단선적으로 생각하고 던진 답변이었다.

요즘 광풍처럼 불고 있는 가상화폐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어제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 하자, 수 시간도 지나지 않아 수만 명의 투자자가 청와대 홈페이지 내 국민청원 사이트에 몰려가 폐쇄반대 청원에 댓글을 달며 적극적인 반대 의견을 표출했다. 그러자 곧바로 청와대는 법무장관의 발언이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제 국민은 어젠다가 생기면 언론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 매개 수단은 댓글이나 SNS다. 가히 댓글 저널리즘이 여론의 흐름과 방향을 주도해 가는 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눈물을 흘리며 봤다는 영화 ‘1987’을 보면, 당시 보도지침과 기사검열이 횡행하던 상황에서 기자들은 그야말로 목숨을 건 취재로 사회면 구석에 2단 기사를 게재하면서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 사건을 파헤치고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촉발시킨, 한국 현대사의 가장 획기적인 변곡점을 만들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확산되기 시작한 인터넷과 지금의 스마트폰은 기존의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이 하던 사회적 감시 기능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특히, 언론에서 놓친 중요한 뉴스들을 집단지성의 힘으로 파헤치고 직접 실천으로까지 연결했다. 2002년 ‘효순·미선 양 사건’을 구체적으로 알리고 여론화한 것도 댓글이었다.

그러나 이후 댓글의 기능은 급격히 변질되기 시작했다. 가상공간의 익명성에 숨어 올린 악의적인 댓글은 유명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모는 등 수많은 인격살인이 지속되고 있다. ‘개똥녀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후에도 댓글에 의한 사이버상의 인권침해는 확산일로이며, 피해의 범위도 전 사회에 걸쳐 퍼져 있다. 이런 현상은 사이버 공간이 건전한 공론장에서 더 멀어지게 한다.

문제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확인했듯이 댓글을 통해 벌어지고 있는 무차별적인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 등은 우리 사회를 통합보다는 갈등으로, 개인들에게는 부메랑이 돼 가해자가 피해자로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표현의 자유를 확장시켜 주는 기제로 작용했던 댓글이 점점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굴레로 기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시간을 되돌려 인권 변호사 출신인 대통령이 기자회견장에서 그 질문을 받았을 때 이렇게 대답했다면 어떨까.

“국민의 다양한 의견 표출은 설령 대통령을 비판한다고 해도 존중받아야 마땅합니다. 문제는 그 비판이 타인에 대한 일방적 비방과 욕설 등 마녀사냥으로 변질되면 나와 내 주변 사람을 다치게 하고, 사회 구성원들을 분열시키고, 사회를 망가뜨리므로 서로 노력해 원래의 기능으로 돌려놓아야 합니다. 타인의 인격을 존중해야 내 인격도 지켜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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