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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14일(日)
검찰도 한통속이었다…영화 ‘1987’이 드러내지 못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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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기념사업회 ‘그대 촛불로 살아’로 본 당시 검찰

박종철 고문치사 뒤 4차례 수사
경찰 은폐 방조하고 매번 축소에 ‘급급’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과 6월 항쟁을 다룬 영화 ‘1987’의 초반부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그려지는 인물은 하정우가 분한 ‘최 검사’다.

1987년 1월 14일 고문으로 숨진 박 열사의 시신을 화장하려던 경찰을 막아서고 부검이 이뤄지도록 해 진상이 밝혀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최환 변호사(당시 서울지검 공안부장)가 모델이다.

원칙주의자의 결기에다 술에 취한 채 상사의 사무실 소파에서 잠드는 ‘낭만적’인 면모까지 보여주던 최 검사는 중반부부터 영화의 초점이 진실을 드러내려는 사람들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의 대결 양상으로 옮겨가면서 자연스럽게 비중이 줄어든다.

결국, 최 검사의 활약 이후 검찰이 이 사건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영화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이 사건에 대해 잘 모르는 관객이라면 검찰이 사건의 진상을 드러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짐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가 지난해 10월 발간한 책 ‘그대 촛불로 살아’에 드러난 실체는 이런 짐작과 많이 다르다.

이 책은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박 열사 고문치사 사건 조사 결과에 기념사업회가 자체 조사한 내용을 종합해 정리한 글과 박 열사 지인의 추모글 등을 묶은 것이다.

책은 검찰이 오히려 경찰이 사건을 덮도록 적극 도와줬다고 결론 내린다. 검찰 조직은 1987년 이 사건과 관련해 이뤄진 세 차례 수사와 이듬해 4차 수사에서 한결같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았고, 나아가 의도적으로 직무를 유기했다는 것이다.

기념사업회 김학규 사무국장은 14일 “박종철 사건에서 검찰 조직은 직무유기를 넘어 범인은닉에 해당하는 중범죄를 저지르며 4차례나 국민을 배신했다”고 비판했다.

사건 당일 박 열사 부검이 이뤄지도록 해 ‘고문에 의한 사망’ 사실을 밝히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영화에 드러난 대로 최 검사다.

그러나 최 검사는 곧바로 수사지휘 체계에서 배제된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넌 꼴통이어서 안 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검찰은 이어 서울지검 형사2부에 수사팀을 꾸렸으나, 국가안전기획부가 주도하는 관계기관대책회의 결정에 따라 경찰 자체 수사에 맡기기로 하며 수사권을 사실상 포기한다.

경찰은 자체 수사 끝에 ‘경관 2명의 직무 과욕으로 발생한 불상사’로 사건을 조작해 발표한다. 경찰이 ‘고문을 일상적이고 조직적으로 벌여왔다’는 사실을 은폐하는 데 검찰이 일조한 셈이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불과 4일 만에 ‘부실수사’를 마무리한다. 고문에 가담한 경관이 몇 명인지가 사건의 핵심이었으나 이에 대한 수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검찰 수사팀 일원이었던 안상수 창원시장은 1994년 낸 저서 ‘안 검사의 일기’에서 1987년 2월 27일 영등포구치소에서 기소된 고문 경관을 면회하다가 이들로부터 고문 경관이 3명 더 있다는 사실을 ‘처음’ 들었다고 썼다.

그러나 검찰 수사팀은 5월 18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사건이 조작됐다’는 성명을 발표하기 전까지 아무런 수사도 하지 않았다.

사제단 성명으로 비난 여론이 들끓자 검찰은 그제야 같은 달 20일 2차 수사에 착수한다. 그리고 단 하루 만에 추가로 경관 3명이 고문에 가담한 사실을 밝혀내 구속했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한다.

이어 ‘윗선’이 사건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언론에서 제기되자, 검찰은 같은 달 22일 3차 수사를 시작한다. 이때 ‘1987’의 주요 인물인 박처원 치안감 등 경찰 간부 3명이 구속된다.

그러나 검찰은 영화에서도 나온 바와 같이 부검의 황적준 박사를 회유·협박한 강민창 치안본부장과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말이 들어간 변사사건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홍승상 경감에 대해서는 “축소·조작에 전혀 가담한 바가 없다”며 면죄부를 쥐여준다.

강 치안본부장은 1988년 황 박사의 일기가 언론을 통해 공개된 뒤 이뤄진 4차 수사에서야 구속된다. 검찰은 4차 수사에서도 당시 강하게 의혹이 제기되던 관계기관대책회의·청와대의 개입 문제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았다.

진실화해위는 2009년 박 열사 고문치사 사건 조사결과를 내놓으며 “(검찰은) 사건의 진상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직무를 유기해 수사를 진행하지 못하다가 은폐 사실이 폭로된 이후에야 은폐에 가담한 책임자를 최소한만 기소해 관계기관대책회의의 부당한 개입을 방조하고 은폐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사무국장은 “시신 부검은 최환이라는 검사의 개인적 결단에 따라 이뤄졌을 뿐인데 영화에서 이 부분만 부각돼 검찰 조직의 과오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면서 “검찰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는 데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관객들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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