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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역사 속 ‘사랑과 운명’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15일(月)
넷째 아내까지 바람나 도주… 조선의 ‘막장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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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윤복의 혜원전신첩 중 연당야유(蓮塘野遊·연못가에서의 놀이). 간송미술문화재단, 국보 제 135호.

■ 유언장에 비친 性풍속

적나라한 내용 써 남긴 박의훤
다섯째 아내·자녀 유산 몰아줘


조선시대에는 정조를 지키며 성(性)에 대해서는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유교 국가에서 남녀가 유별한데 한 번 섬긴 지아비를 두고 바람을 피운다는 것은 짐작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옛사람들의 사랑이 지고지순한 것만은 아니었다.

1602년 박의훤은 자식들에게 재산을 나누어주기 위한 문서에 요즘 사람들조차 상상하기 어려운 충격적인 내용을 담았다.

‘박의훤허여문기(朴義萱許與文記)’는 그의 다섯 아내와 자식들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기 위해 작성한 고문서다. 172마지기의 논과 51마지기의 밭, 7명의 노비를 나누어 주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놀라운 것은 다섯 명의 아내와 겪었던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이다.

“둘째 처 진대(進代)는 늙은 이 몸이 젊은 시절 함께 살 때는 강상을 지키더니 종놈과 통간하여 죽을죄를 지어 그 소문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자 달아나서 영암 땅을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 옥천리에 사는 박식을 길에서 만나 서로 간통하여 살다가 부부가 함께 죽었다.”

박의훤이 다섯 번이나 결혼한 이유는 아내가 먼저 죽어 다시 후처를 맞이한 것이 아니라, 앞서 네 명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달아났기 때문이다. 첫째 아내인 은화는 잘살다가 남의 남편과 바람이 나 살림을 차렸고, 둘째 아내 진대도 종과 통간하여 소문이 나자 집을 나가 길에서 만난 남자와 부부가 되어 살았다. 셋째 아내인 몽지도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자식을 낳았다. 박의훤과 간통하여 살림을 차렸던 넷째 아내 가질금도 이후 대여섯 명의 사내와 잠자리를 하다 끝내 박의훤에게 발각되어 그를 버리고 나가 살았다. 마지막 아내인 여배(女陪)만이 40년 동안 결혼생활을 지속하며 자신의 곁에서 부부의 연을 이어 왔다.

박의훤은 다섯 명의 아내 사이에서 태어난 오남매와 죽은 아들 삼형제 앞으로 자신의 재산을 상속하는데, 핵심은 부부의 의리를 지킨 마지막 아내와 자식에게 대부분의 재산을 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버리고 떠난 예전 아내들의 과오를 나열함으로써 차등 상속하는 당위성을 피력한 것이다.

박의훤이 적지 않는 재산을 축적한 것이나 관에 드나들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상층의 양인이거나 향리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1602년이라는 시대적 특성과 신분을 감안하더라도, 당시 사람들이 상대를 만나고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과정에 자유로운 성 풍속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네 명의 아내가 바람난 대상도 제각각이다. 남의 남편은 물론 종까지도 성적 대상이었으며, 박의훤 역시 넷째 아내와 간통하여 살림을 차렸다. 그들은 하나같이 열심히, 드라마틱하게 바람을 피웠고, 막장으로 치달으면서 죽을 때까지 열심히 사랑했다.

혼인제도나 방법보다 마음과 몸의 사랑을 우선하고, 그 사이에서 이루어진 혈연관계를 중시했던 것이 어쩌면 우리 옛사람들의 또 다른 사랑법일 수 있겠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갈등하며 살아가는 삶의 모습. 신분과 나이를 넘은 숭고한 사랑도, 불같이 타오르는 욕구를 절제하지 못한 사랑도, 때로는 애증으로 점철된 파국도 모두 옛사람들의 삶 이야기이다.

박용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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