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檢·警 ‘희비’ 청와대가 검경 수사권 조정과 안보수사처 설립 등을 골자로 한 검찰·경찰·국가정보원 개편안을 발표한 가운데 15일 오전 문무일(왼쪽 사진) 검찰총장이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철성 경찰청장이 지난해 12월 7일 경찰 수사권 조정안 브리핑을 하는 모습. 뉴시스 연합뉴스
靑, 경찰 힘실어줘 檢·국정원 견제
이철성 “文대통령 공약보다 후퇴”
청와대가 14일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방안이 실현될 경우 이승만·윤보선 정권 때 못지않은 ‘메가 경찰국가’ 시대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검찰과 국가정보원 권력 남용을 막는다는 취지로 막강한 조직·권한을 갖춘 ‘공룡 경찰’을 용인하면서, 결국 또 다른 무소불위 권력기관이 탄생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청와대 안(案)의 가장 큰 특징은 수사권을 경찰에 대거 넘긴 것이다. 경찰 권력 비대화 가능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지점이다. 이에 청와대는 자치경찰제 도입과 일반·수사경찰 분리, 민간이 참여하는 경찰위원회에 경찰청장 임명제청권 부여,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경제·금융 등 특별수사’ 권한의 검찰 잔류 등을 견제장치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15일 “이 정도로는 경찰국가로 변질되는 것을 막는 데 부족하다”고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계급이 11단계인데 승진할 때마다 윗사람, 임명권자, 정치권 눈치까지 봐야 하는 상황에 견제 장치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이번 개혁방안에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 방안이 빠져 있다”며 “경찰이 또다시 정치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작위적인 행정·수사경찰 분리는 현실성도 없다”며 “자치경찰의 경우엔 시·도지사의 감독을 받게 돼 정치적 중립성을 더욱 해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1945∼1948년 미 군정 시절 때부터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온 해묵은 현안이다. 일제와 이승만 정권을 거치면서 경찰이 과도한 권력을 휘둘렀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때 기소권과 수사지휘권이 검찰에 부여됐다. 1962년 5차 개헌 때는 검사만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아예 헌법에 들어갔다. 또 1945년 광복 직후부터 경찰이 대공 수사권을 가져 왔지만, 1961년 이후 중앙정보부 출범 이후 대공 수사 독점 지위를 잃었다. 게다가 군사정권 시절 박종철 씨 고문치사 사건 등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결과를 내기 위해 고문과 감금 등 불법을 자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위상에 치명상을 입었다.
이런 역사적 배경 속에서 경찰의 권한은 점차 축소돼 왔지만, 문재인 정부는 검찰과 국정원 견제를 위해 경찰에 다시 힘을 실어주는 방안을 택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상으로 보면 기소·수사 분리라는 큰 전제에서 후퇴한 부분이 있다”며 “(검찰이 계속 갖게 되는) 특별 수사에 대해서도 여러 논의를 통해 범위 등이 정해져야 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최준영·이희권 기자 cjy3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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