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기관 개편안>① 警 안보수사처, 국정원만큼의 ‘對共수사 전문성’ 있나

- ‘警 권한강화’ 5가지 문제점

② ‘과거 강압수사’ 방식 우려
③ 수사지휘·인사 혼란 전망
④ 자치 경찰과의 권한 조정
⑤‘권력 눈치보기’ 가능성도

경찰 권한 강화에 방점이 찍힌 청와대의 ‘1·14 권력기관 개혁방안’에 대해 △경찰의 대공 수사 역량 의문 △경찰의 무리한 강압 수사 전례 △수사 지휘 및 인사 체계의 혼란 가능성 △일반·수사·자치 경찰 사이의 권한 조정 난제 △경찰의 권력 눈치 보기 위험성 등이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장 큰 의문 중 하나는 경찰이 국가정보원에서 전문적으로 해오던 대공 수사를 넘겨받을 수 있는 전문성을 갖췄냐는 점이다. 게다가 북한 관련 정보 수집 등 수사와 직결되는 기능은 국정원의 후신인 대외안보정보원(가칭)에 그대로 남아 있게 돼, 기능 중복과 기관 간 갈등도 피하기 힘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수사 정보 유출 가능성도 커진다.

과거 경찰이 대공 수사를 할 때 고문 등을 자행한 전력이 있는데, 경찰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느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 전국 대학의 운동권과 민주화 세력을 상대로 대공 수사를 명분으로 강도 높은 탄압을 전개해 왔다. 최근 화제가 된 영화 ‘1987’ 역시 경찰의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소재로 했다. 경찰이 인권 친화적 대공 수사를 시행할 수 있는 개혁방안을 마련했는지도 의문이다.

일반(치안·경비·행정 전담), 수사, 안보 경찰로 기능이 나뉘고 여기에 자치경찰까지 도입되면 지휘체계의 혼란 역시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예컨대 서울 어느 지역에서 범죄가 발생하면 현재는 해당 지역 경찰서(서장)에서 경찰청장으로 보고·지시를 주고받지만, 개편안이 시행되면 국가수사본부 서울지부(현 서울경찰청 수사과)가 사건을 직접 지휘하는 구조가 된다. 사건에 따라 일반·수사·안보·자치 경찰 모두 관할권을 주장하거나 서로 관할권 떠넘기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5일 “경찰에 일반·수사·안보 등 정보 수집권이 집중되면서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조치가 필요할 수 있지만, 경찰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이 선행된 뒤에 권한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검찰과 국정원이 일부 국민의 불신을 받지만, 내부적 개혁이 아닌 기능을 다른 조직(경찰)으로 이관하는 건 경찰 조직의 권력 눈치 보기를 더욱 심화하므로 잘못된 해결책”이라고 꼬집었다.

전현진·김현아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