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反도핑기구 실험실, 레스토랑으로 변신

러시아의 국가 차원의 조직적인 금지약물 복용과 도핑 테스트 결과 은폐가 자행됐던 러시아반도핑기구의 실험실이 식당으로 탈바꿈했다.

AP통신은 15일 오전(한국시간) “2014 소치동계올림픽 당시 러시아 도핑스캔들의 중심이었던 건물이 레스토랑으로 바뀌었다”며 “이 식당은 소치 도핑 실험실의 악명을 이용해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소치 시내에 있는 이 레스토랑은 관광객들에게 ‘샘플 B’, ‘멜도늄’ 등의 이름이 붙은 칵테일을 팔고 있다. 물론 스테로이드 성분이 아닌 진짜 알코올로만 만든 칵테일이다.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샘플 B는 선수가 처음 제출한 도핑 샘플에서 이상이 발견됐을 경우에 대비해 예비로 채취한 샘플로, 금지약물 복용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때 사용한다. 멜도늄은 러시아 테니스 스타인 마리야 샤라포바가 2016년 복용한 것으로 확인해 출전금지 징계를 당했던 약물이다. 이 식당 관계자는 “이 건물이 지닌 가진 역사를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이런 칵테일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 모스크바 실험실 소장을 지낸 그레고리 로드첸코프 박사에게 ‘공작부인’이라는 이름의 스테로이드 칵테일을 개발하도록 했다. 스테로이드가 물보단 알코올에 더 잘 녹는다는 점을 활용한 로드첸코프는 남자 선수에겐 시바스 위스키에, 여자 선수에겐 베르무트에 스테로이드를 섞어 ‘도핑 칵테일’을 제공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