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국가안전 대진단 허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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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전국부 부장

29명의 소중한 목숨을 희생시킨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에 대해 소방 당국이 사고 당일 현장 지휘에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상황실에서 2층 여성 사우나 정보를 전해 듣고도 신속하게 진입하지 못해 20명이나 숨진 데에는 눈앞의 위험 상황에만 집중하고 전체 상황 판단을 그르친 지휘부의 역량 부족이 컸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족들은 여전히 소방청 합동조사단의 발표를 수용하지 않는 분위기다. “열기가 심해 비상구로 진입할 수 없었다”는 소방 당국의 발표 내용을 믿을 수 없고, 늑장 대응에 대한 객관적인 경찰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유족 측의 주장이다. 바로 눈앞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참담한 심정을 헤아려본다면 소방 당국의 그 어떤 해명도 유가족들을 완벽하게 납득시키긴 어려울 듯싶다. ‘세월호 침몰 참사’ 당시 기울어져 가는 배의 창문을 깨뜨리고 학생들을 구조해주길 간절하게 바랐던 유가족과 대다수 국민의 심정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달리 대형 안전사고 발생이 빈번하다. 안전사고 발생률을 놓고 보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률도 2012년 기준 11.7%로 OECD 평균 6.4%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우리가 제천 화재 참사 원인과 대응 과정에 주목하는 것도 불과 4년 전에 있었던 ‘세월호 참사’와 닮은꼴이기 때문이다.

이번 제천 참사를 보더라도 왜 매번 골든타임을 놓칠까. 촌각을 다투는 인명 사고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대형사고로 커지는 이유는 뭘까. 사실 재난사고는 예방도 중요하지만 사고 발생 시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평소 매뉴얼에 따라 철저한 반복 훈련을 해야 하는 이유도 사고 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매년 막대한 예산과 인력, 시간을 들여 국가안전대진단을 실시하는 이유는 종합적인 안전관리로 다양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사각지대를 점검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 소방 당국의 설명을 들어보면 현장 대응에만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 굴절차 조작 미숙에다 무선통신망 관리 소홀, 소방시설 설치 부족에 이르기까지 이번 사고가 총체적인 부실의 결과임을 알 수 있다. 국가안전대진단을 실시하는 데도 비상식적이고 참담한 대형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비록 예방 차원에서 국가안전대진단을 실시하지만 사고는 어쩔 수 없이 터지기 마련이다. 불법 건축물로 인해 수많은 어린 생명을 떠나보낸 씨랜드 화재사고 이후에도 많은 화재사고가 반복됐지만, 매번 똑같은 양상으로 전개된다. 당시 유치원생 아들을 보낸 아이 엄마가 “이 나라에서 살기 싫다”며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난 것처럼 제천 희생자 유족 중 한 사람도 “이 나라가 정말 싫다”고 참담하고 슬픈 심정을 토해냈다. 정부가 여러 번 바뀌고, 법령 체계도 수차례 개선됐지만 사고 예방과 대응체계가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것은 안전불감증과 국민적인 망각증 때문일 것이다. 소방청은 말뿐인 반성이 아니라, 무엇보다 유족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철저한 사고원인 분석과 반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 그래야 ‘제2의 세월호’ ‘제2의 제천 참사’를 막을 수 있다.

ys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