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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오피니언] 시론-이현종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15일(月)
폐쇄적 ‘권력 집단지성’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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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바닥 보인 스테이트 크래프트
장관 청문회 때 우려 현실화
정부가 시장의 힘 못 이겨

7시간 만에 뒤집힌 장관 발표
집권 8개월 정책 갈피 못잡아
집단 지성의 힘 절실한 때


‘말 타고 천하를 얻었다 하여, 말 타고 천하를 다스릴 수는 없다(馬上得之 馬上不治)’는 옛 얘기가 있다. 현대적 의미로 곱씹어 보자면 선거 캠페인과 국정 운영은 다르다는 뜻으로 해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선거운동 때 함께했던 이들을 가급적 배제하고 국정 운영과 실전 경험이 풍부한 이들을 주변에 많이 등용하라고 한다. 특히 5년 단임제 대통령제에선 짧은 기간에 성과를 내자면 ‘스테이트 크래프트(state craft·나라를 다스리는 기술)’를 한층 끌어올려야 한다.

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제왕적 카리스마가 중요시될 때와는 달리 지금 대한민국은 대통령 개인의 리더십도 중요하겠지만, 이것만 갖고는 국정 운영이 어려운 나라가 됐다. 대통령과 주변의 몇몇 사람 머리로는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워낙 많고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시장의 힘이 커진 상황이다. 한마디로 유능한 ‘집단 지성’의 힘이 없으면 안 된다. 이 집단 지성은 바로 내각과 청와대 참모들의 능력과 힘이다.

청와대가 장관이나 수석비서관 인사를 발표할 때마다 빼놓지 않는 말이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문회 과정을 보면 대부분의 장관은 국정 철학을 이해하는 척하는 것이지 정말 국정을 잘 이해하고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신뢰가 가는 사람은 몇 안 된다. 청와대는 야당과 언론의 이유 없는 발목잡기라고 비난했지만, 문재인 대통령 집권 8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 그간 벌어진 일들을 보면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일 위안부 합의 재검토를 비롯해 각종 외교 현안에서 ‘강경화 패싱’이라는 조어(造語)까지 만들어 내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문정인 외교안보특보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청와대로부터 공개 경고를 받는 수모를 겪고 오청성 병사 귀순 사건 등을 제때 보고조차 받지 못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 비트코인 거래소 폐쇄를 발표했다가 7시간 만에 청와대가 부인하는 바람에 수모를 겪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 모두 자질과 각종 구설 때문에 겨우 청문회를 통과했던 장관들이다.

가상화폐 비트코인 문제 처리 과정을 보면 문 정부의 국정 운영 취약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비트코인은 2009년 등장 때부터 세계적인 논란의 대상이었고 미국, 일본, 중국 정부 등 대부분의 국가는 이를 어떻게 하느냐를 놓고 수년간 고민해왔다. 이미 국내에서 300만 명이 넘는 이용자가 하루 최대 6조 원을 거래하는 엄청난 시장을 형성해 왔는데 정부는 TF 구성 한 달 만에 ‘도박’으로 규정하고 거래소를 폐쇄한다고 발표하니 반발과 혼란은 당연한 것이다. 정교하고 신중한 정책 관리가 필요한 사안을 불쑥 발표했다가 청와대 민원 게시판이 불이 나고 핵심 지지층이 이반할 조짐을 보이자 결국 청와대가 7시간 만에 정부 정책을 뒤집는 한심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한·일 위안부 합의도 국가 간 합의를 뒤집을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것인지 뻔히 예측 가능한데도 이를 들쑤셔 이제는 되레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합의 파기 책임을 제기하며 큰소리치는 어이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강남 집값 상승만 해도 이미 부동산 전문가들은 노무현 정부 시절 집값 상승 정책을 주도했던 김수현 사회수석이 부동산 정책을 또 관장할 때부터 상승을 예감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8학군 편중을 그나마 없애주었던 특목고, 자사고를 폐지하고, 박원순 시장이 잇달아 강남 개발 계획을 밝히고, 다주택자를 죈 것이 되레 강남에 올인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데도 강남 집값 안정을 바라는 것은 순진하다 못해 무지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유치원·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 수업 금지,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공론화도 마찬가지다. 이미 우리 사회는 이해관계가 복잡다단하고 하나를 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오르는 풍선효과로 정책 효과가 생각한 것과는 정반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소통하고, 비판을 정권 흔들기로 생각하고 귀를 막은 참모들의 집단 지성은 ‘집단 편견’으로 나타날 수 있다. ‘국민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고,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올해 국정 목표가 성과로 나타나려면 정부가 유능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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