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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허민 선임기자의 정치 카페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16일(火)
‘DJ 로드맵’ 좇는 文대통령 ‘노벨평화상 밑그림’ 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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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新 베를린선언’
평창 계기로 南北대화 물꼬
관계발전 땐 정상회담 전망
DJ의 수상 코스와 ‘닮은꼴’

박금옥 신임 노르웨이 대사
DJ 수상 전후 경과 잘 알고
17년간 노벨委와 인맥 유지


정치권과 사회 일각에서 ‘문재인 대통령 노벨평화상 준비론’이 솔솔 흘러나온다. 새해 들어 급진전하는 남북관계와 한반도 해빙 기류, 그리고 일부 해외공관장 인사 등에서 숨은 그림이 보인다는 것이다.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와 남북 화해를 풀어내는 접근법이 ‘김대중(DJ) 노벨평화상 수상 코스’와 닮았다. 적극적인 남북대화 제안으로 시작해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명분으로 정상회담까지 이어지는 경로와 흡사하다는 것이다. DJ는 1998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사와 이후 각종 기념사를 통해 “남북기본합의서 이행을 위한 특사 교환이나 남북정상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천명했다. DJ의 이런 생각은 2000년 3월 독일 방문 중에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며 발표한 ‘베를린선언’으로 집대성됐다. 북이 극적으로 회담 개최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남북 당국 간 여러 수준의 공개·비공개 접촉과 대화가 진행됐고 이는 결국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성사와 그해 말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연결됐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 5월 10일 취임사와 지난 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여건이 갖춰지면 언제든 정상회담에 응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6일에는 독일을 방문해 ‘신베를린 선언’을 내놨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해 북한의 참가를 촉구하면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지속적인 대화 제안, 정상회담 의지 천명, 독일에서의 평화 메시지 발표 등 모두가 ‘DJ 로드맵 재연’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3일 신년사에서 남북 당국이 만날 수 있다며 대화를 수용하겠다고 한 것까지 그 경로가 비슷하다. 이에 향후 남북 접촉과 북·미 관계의 진전에 따라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이 뚫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이런 분위기가 발전하면 북·미 대화와 남북 정상회담의 모멘텀이 만들어질 것”이라면서 “국제사회에서 문 대통령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이 높이 평가되는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둘째, 문 대통령의 박금옥 노르웨이 대사 임명이다. 박 대사는 한국인 최초의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DJ의 최측근이었다. 구여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해외공관장 인사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게 박 대사”라고 했고, 다른 인사는 “박 대사 임명에 숨은 그림이 있다”고 관측했다. 박 대사는 DJ 대통령 임기 꼬박 5년간 청와대 살림을 도맡은 총무비서관이었다. 1991년 DJ와 인연을 맺은 뒤 영국 체류 및 아태재단 이사장 시절에도 수족처럼 DJ를 보좌했다. 그러나 DJ 임기가 끝난 2003년 2월 이후 지금까지 15년간 박 대사가 가진 공직 기록은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2003년 10월∼2006년 7월)과 국회의장 비서실장(2006년 7월∼2008년 3월) 등 4년 5개월이 전부다. 문재인 대선 캠프 시절 ‘광화문 대통령 공약 기획위원장’을 맡았지만 이 역시 노르웨이나 유럽과의 인연은 아니다. 청와대가 밝힌 박 대사 임명 사유는 “국회의장의 의정 활동을 보좌하며 국제 경험을 쌓았다”는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대사 임명 배경으론 부족한 설명이다.

그럼 왜 박금옥 대사일까. 노벨평화상은 다른 노벨상들과는 달리 스웨덴이 아닌 노르웨이에서 시상한다. 노르웨이 오슬로에는 평화상 선정을 위한 노벨위원회가 있다. 박 대사는 2000년 12월 10일 DJ의 수상을 전후한 내막과 경과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시절 근거리에서 보좌했고, 오랫동안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기념식’에 관여해 왔다. DJ의 수상 이후 17년간 노르웨이의 노벨위원회와 인맥을 유지하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온 것도 그다.

DJ의 노벨평화상 수상 이유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향한 그의 업적, 특히 북한과의 평화와 화해를 이룬 공로 때문’이었다. 문 대통령도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싸운 기록을 갖고 있다. DJ처럼 대통령이 됐고, 그의 길을 따라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불러냈으며, 이제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향한 담대한 여정’(‘신베를린선언’ 중)의 첫발을 뗐다.

minski@munhwa.com
e-mail 허민 기자 / 정치부 / 부장 허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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