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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평창올림픽 G-23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17일(水)
쇼트트랙서 익힌 ‘곡선 레이스’ 비법, 빙속서도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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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승훈, 김보름, 부아베르-라크루아, 데이비스, 차민규.
- 쇼트트랙 출신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 ‘돌풍’ 예고

쇼트트랙 ‘견제·힘 조절’ 장점
자리싸움·순간 추월 능력 키워
빙속의 강한 스퍼트와 조화

이승훈, 밴쿠버 1만m 금메달
평창선 매스스타트 정상 도전
상승세 김보름도 우승 노려

차민규, 월드컵 3차 500m 銀
빠른 성장으로 ‘다크호스’

부아베르-라크루아 ‘건재’
월드컵 3차 500m 1위 올라

흑인 데이비스, 올림픽 2연패
한국서 훈련 기록에 큰 도움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은 빙상 종목이지만 성격이 전혀 다르다. 쇼트트랙은 순위, 스피드스케이팅은 기록 경쟁. 쇼트트랙은 111.12m 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은 400m 트랙에서 레이스를 펼친다. 속도에 포인트를 맞출 수밖에 없는 스피드스케이팅과 달리 쇼트트랙은 견제와 힘 조절, 그리고 코너워크 등 다양한 기술이 요구된다. 자리싸움을 펼치고, 코너를 자주 돌기 때문. 그래서 쇼트트랙에서 기본기를 다진 뒤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 세계정상급으로 발돋움한 예는 종종 눈에 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쇼트트랙 출신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 남자 장거리의 간판 이승훈(30·대한항공)은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진로를 바꿔 성공한 인물 중 가장 대표적이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남자 10000m에서 금메달, 50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는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노린다. 2016 세계선수권대회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6∼2017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랭킹 1위에 올랐기에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올 시즌엔 3차례 월드컵에서 2번 우승을 차지하며 월드컵 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여자 매스스타트에서는 김보름(25·강원도청)이 이승훈과의 동반 우승을 노리고 있다. 김보름 역시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꿨다. 세계선수권 여자부에서 우승했고, 지난 시즌 월드컵 랭킹 1위에 올랐다. 올 시즌에는 월드컵 1차 대회에서 부상을 당해 다소 주춤했으나 월드컵 4차 대회에서 3위에 오르며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한 예열을 마쳤다.

이승훈과 김보름은 쇼트트랙 경험을 매스스타트에서 100% 살리고 있다. 매스스타트는 여러 명이 인·아웃코스 구분 없이 트랙을 16바퀴 돌아 순위를 가린다. 순위 경쟁이란 점은 쇼트트랙과 똑같다. 그래서 레이스 내내 눈치 싸움이 펼쳐지고 마지막 스퍼트에서 희비가 갈린다. 특히 코너를 돌면서 다른 선수를 추월하는 경우가 많다. 이승훈이 이번 시즌 월드컵 1차 대회 마지막 코너에서 그림 같은 추월을 선보이며 1위에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이승훈과 김보름은 쇼트트랙 출신이기에 자리싸움, 막판 스퍼트, 순간적인 추월에 능하다. 이승훈은 “매스스타트는 결국 마지막에 빠르게 결승선을 통과하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쇼트트랙을 경험하지 못한 다른 선수들보다 추월에서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차민규(25·동두천시청)와 캐나다의 알렉스 부아베르-라크루아(31)는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로 전향했다. 차민규는 지난해 12월 열린 올 시즌 월드컵 3차 대회 남자 500m에서 34초314로 은메달을 획득하며 다크호스로 자리매김했다. 차민규는 2011년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옮겼고, 2016년 월드컵 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알마티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선 2관왕(500m·1000m)에 올랐고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500m 동메달을 수확했다. 차민규의 시즌 베스트 기록인 34초31은 올 시즌 랭킹 9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1위인 러시아의 루슬란 무라쇼프(34초02)와는 불과 0.29초 차. 남자 500m는 말 그대로 ‘종이 한 장’ 차이로 순위가 갈리기에 차민규는 ‘역전’을 꿈꾸고 있다. 쇼트트랙 출신답게 부드러운 코너워크는 그의 가장 큰 장점이다. 마지막 코너를 안정적으로 돌면서 그 힘을 바탕으로 마지막 직선 구간에서 강한 스퍼트를 발휘한다. 월드컵 3차 대회에서도 마지막 직선 구간에서 함께 레이스를 펼친 가오팅위(중국)를 추월하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차민규는 당시 후반 400m를 출전자 중 가장 빠른 24초63에 주파했다.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감독은 “차민규가 스타트에 좀 더 신경 쓴다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의외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아베르-라크루아는 월드컵 3차 대회 500m에서 34초313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차민규에게 1000분의 1초 앞서 1위를 차지했다. 월드컵 시리즈 개인 통산 첫 금메달. 부아베르-라크루아는 여세를 몰아 월드컵 4차 대회 1차 레이스에서는 개인 최고 기록(34초 15)을 세우며 다시 우승을 차지했다. 부아베르-라크루아는 2007년 쇼트트랙으로 국제무대에 데뷔했고 같은 해 월드컵에서 500m 동메달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출전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해 좌절했고,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환했다.

부아베르-라크루아는 “(쇼트트랙에선) 한계에 부딪혔고 뛰어넘을 수 없었다”며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내 기술을 테스트해 보기로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마침내 올 시즌 세계 정상급으로 도약했다.

부아베르-라크루아 역시 3·4코너를 포함한 후반부에 강점을 보인다. 월드컵 4차 대회 1차 레이스의 후반 400m 기록은 24초56으로 출전자 중 2위였다. 쇼트트랙은 스피드스케이팅보다 스타트의 중요성이 낮다. 그래서 쇼트트랙 출신은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진로를 변경한 뒤 스타트에서 약점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부아베르-라크루아는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스타트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

미국의 흑인 스케이터 샤니 데이비스(36)는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환해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데이비스는 2002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흑인으론 처음으로 미국 쇼트트랙 대표로 뽑혔지만 승부 조작설에 연루돼 출전하지 못했고,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꿨다. 그리고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 남자 1000m 금메달, 1500m 은메달을 차지했다. 흑인이 동계올림픽 개인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건 데이비스가 처음이다. 데이비스는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남자 1000m 사상 처음으로 2연패를 달성했고 1500m에서는 은메달을 보탰다.

데이비스는 소치동계올림픽에서는 노메달에 그쳤으나 이달 초 미국 대표선발전을 통과해 평창동계올림픽 1000m·1500m에 출전한다. 지난해 여름 한국체대에 머물며 한국의 초·중·고교 학생들 틈바구니에서 ‘한국식’ 훈련을 실시한 덕분. 데이비스는 “내 심장은 아직도 젊기에 어떤 경쟁에서도 최고가 되려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쇼트트랙 출신이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는 건 롱트랙과 쇼트트랙 모두 곡선 구간이 직선 구간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제갈성렬 감독은 “곡선 코스는 가속력을 높이는 구간이고, 직선은 속도를 유지하는 구간”이라며 “상대적인 중요성은 곡선 구간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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