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2013년 완공된 마식령 스키장을 시찰하고 있는 모습. 남북은 17일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전 남북 스키선수단의 마식령 스키장 공동훈련 진행 등을 포함한 11개 항의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연합뉴스
- ‘평창 합의안’ 문제점
核문제 논의는 완전 배제
‘평화이벤트’ 北의도 반영
대북제재 국면 약화할수도
北, 향후 이산상봉 카드로
개성공단 재개 요구 가능성
육로 다 열어 ‘패’ 보여준 셈
남북 당국이 핵 문제를 완전히 배제한 채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한 한반도 긴장 완화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북한이 ‘핵 있는 평화(nuclear peace)’ 공세를 강화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연이은 남북 대화에서 도출되고 있는 합의가 북한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되면서 향후 남북 대화나 협상 등에서 남측이 불리한 형국에 몰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7일 남북 실무회담에서는 북한의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기자단 등의 방남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지만, 향후 남북관계 개선의 토대가 될 북한 고위급 대표단에 대해서는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대화를 북·미 대화 등 한반도 비핵화 협상으로 끌고 가겠다는 문재인 정부 방침의 실현에 있어 이번에 방남할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인선은 사실 선수단보다 훨씬 중요하다. 고위급 대표단이 방남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 예방, 우리 고위급 대표단의 답방 등을 통해 남북 간 대화의 폭과 수위를 확대·격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에서 ‘정권 2인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참석할 예정인 만큼 북한에서도 실력자를 파견해 펜스 부통령과 모종의 접촉이 이뤄질 경우 북·미 대화는 속도를 낼 수 있다. 그러나 당초 비핵화를 위한 남북관계 개선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 북한은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 직전까지 상황을 저울질하며 비핵화 이슈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인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맥락에서 북한은 평창올림픽이 종료되면 핵 있는 평화, 즉 북핵 평화론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북핵 평화론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면서도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과 잘 지낼 수 있다는 논리다. 이는 남측이 ‘한반도에 핵무기가 없어야 평화가 유지되고 남북관계가 진전된다’고 주장하는 비핵 평화론과 정반대의 논리다. 또 북한이 주장하는 북핵 평화론이 유지되면 남측은 북한의 핵무기를 머리 위에 진 채로 남북 대화와 협력을 추진해야 하는 ‘불안한 평화’를 맞게 된다. 특히 ‘한반도 운전자론’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북핵 문제와 관련해 별다른 진전을 이끌어 내지 못할 경우, 북·미 대화로의 확대를 기대하고 남북 대화를 지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압박도 거세질 수 있다. 한 외교가 관계자는 “정부는 한·미 공조를 유지하고 비핵화 원칙을 지키겠다고 했기 때문에 북한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며 “(평창올림픽·패럴림픽이 마무리되는) 3월 말까지 북·미 대화를 끌어낼 수 있다면 정부 입장대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북핵 문제도 진전시킬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면 지난해 12월 상황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실무회담에서 합의된 ‘경의선 육로’ 왕래와 금강산 남북 합동 문화행사도 향후 남북 대화·협상에 있어 남측에 불리한 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우선 가동 중단 상태인 개성공단이 포함된 경의선 육로와 관광 중단 상태인 금강산이 평창올림픽과 관련한 동선 및 일정에 포함된 것을 이유로 북한은 이들을 남북 평화의 상징으로 제시할 수 있다. 또 이를 바탕으로 북한이 개성공단 가동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준희·김유진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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