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최저임금 혼란, 이젠 반성할 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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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권 경제평론가 前 자유경제원장

현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따른 추가 인건비가 연간 142조 원, 기업 매출 감소 예상액은 연 323조 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17일 발표된 유럽 최대 컨설팅 업체인 롤란드버거의 보고서 내용이다. 그러잖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많은 혼란이 뒤따르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 중심으로 이런 충격은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급기야 정부에선 최저임금 위반 사업자 명단을 공개하고, 신용 제재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제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은 사업자는 사회적으로 악한(惡漢)이 될 것이다.

경제정책도 물론 정권의 철학과 무관할 수 없다. 그러나 경제정책에 대한 가치판단과 관계없이 지켜야 할 경제 진리가 있다. 이는 전 세계에서 많이 사용되는 경제 교과서인 그레고리 맨큐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경제학 원론에 잘 나와 있다. 경제를 보는 가치관과 관계없이, 반드시 직시해야 하는 인간 본성의 경제 행동으로 최저임금제의 폐단을 들고 있다. 즉,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비숙련 노동자의 실업은 오히려 더 증가한다는 사실에 대해 80%의 경제학자가 동의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적 약자에 대해 유독 따뜻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사회의 가장 약자인 계층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이란 큰 선물을 주었다. 그러나 하루하루의 매출액에 희비가 엇갈리며 살아가는 많은 사업주에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그야말로 사업환경의 엄청난 충격일 수밖에 없다.

사회적 약자는 노동자만이 아니다. 어렵게 사업하는 자영업자들도 노동자 이상으로 경제적 약자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식에는 노동자는 무조건 약자이고, 고용자는 무조건 강자라는 공식에 익숙해 있다. 그래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고통에 대해, 최저임금을 못 줄 정도면 사업하지 말라는 비아냥이 뒤따랐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다. 그만큼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사회라는 의미다. 이런 구조를 무시하고, 취업하기도 힘든 자영업자들의 생업에 대해 경제적 강자라는 논리로 최저임금 인상을 강제하는 것은 너무도 잔인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연스러운 경제 행동의 변화로는 고용인의 해고 등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노동 가격의 인상으로 생산물 가격의 인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생산물 가격으로 전가하지 않으려면 노동인력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현 정부도 초기에는 부동산, 통신, 농산물의 원가가 낮은데 가격이 높다는 이유로 원가를 공개하려는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 원가의 인상을 의미하며, 당연히 생산물 가격 인상으로 파생될 수밖에 없다. 현 정부의 초기 정책 방향과는 어긋나게, 지금은 원가 상승을 정부 주도로 만들어 놓고, 생산물 가격을 인상하면 행정지도를 통해 압력을 넣으려 한다. 그리고 노동 원가 상승이란 정책에 따르지 않는 사업체는 아예 경제시장에서 신용불량자로 만들려고 한다.

가격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 경제학에서 주는 지혜는 정부가 가격에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다. 선한 의도로 가격에 개입하겠지만, 그런 행위가 결국은 당사자에게 커다란 고통을 준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란 천사의 손길이 그들에겐 얼마나 지옥의 불구덩인 줄을 엄연히 보고 있으면서, 이런 정책을 밀어붙이는 용기는 정의가 아니고 무지의 소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