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촌 어린이 일상에 담아낸 고된 삶의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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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탄광마을 / 조앤 슈워츠 글, 시드니 스미스 그림, 김영선 옮김／국민서관

1987년 연우소극장에서 공연된 노래극 ‘아빠 얼굴 예쁘네요’는 작가 김민기가 광부로 일하면서 겪은 일과 탄광촌에서 자라던 아이들이 쓴 일기를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노래극 속 어린이는 석탄을 까맣게 뒤집어쓴 아빠의 얼굴을 보고 화장한 것처럼 예쁘다고 말한다. 지금은 대부분 폐광이 되었고 그 자리에 카지노가 들어섰지만 오랜 세월 우리는 깊은 갱도에서 목숨을 걸고 일하던 광부들의 덕으로 추운 겨울을 났다. 너도나도 손에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에는 60가지가 넘는 희귀광물이 들어간다. 오지의 탄광마을에서는 여전히 위험한 삶이 계속되고 있고 우리는 여전히 그들의 생사를 건 노동에 의지하는 중이다.

‘바닷가 탄광마을’은 1950년대 캐나다 케이프브레턴섬을 배경으로 한 그림책이다. 초창기 탄광마을에서는 열 살 남짓한 어린이부터 탄부로 투입됐다. 아이들은 탄부인 아버지의 삶을 보고 자라나서 뒤를 이어 탄광굴에 가야 한다. 이 책에 글을 쓴 조앤 슈워츠의 아버지 어빙 슈워츠도 마찬가지였다. 광부의 가족에게 평온한 저녁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시간이다. 갱도는 예고 없이 무너지고 순식간에 사람들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들의 노동으로 캐낸 물질을 쓴다는 것은 그들의 목숨에 빚지는 일이다.

표지를 감싼 종이에는 바닷가 마을 지붕 위에서 탄을 캐러 간 아빠를 기다리는 어린이가 나온다. 종이를 한 겹 벗겨내면 겉표지의 같은 풍경에 노을이 지고 아이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면지처럼 칠흑 같은 갱도에서 돌아온 아버지와 저녁을 먹기 위해 집에 들어갔을 것이다. 채굴장은 바다 아래 깊은 곳에 있다. 아이가 갈매기 소리를 들으며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는 시간에 아빠는 빛 한 점 스며들지 않는 바다 밑에서 석탄을 캐낸다.

이 그림책은 아빠의 탄광의 노동을 강조하기보다는 아이의 평범한 하루에 집중한다. 심부름 가는 길은 활발하고 바다는 고요하다. 그러나 푸른 바다의 하얀 물마루, 반짝이는 물비늘은 반복적으로 나오는 컴컴한 갱도와 대조를 이루면서 이 눈부신 한낮이 누군가의 어둠에 의존한 것임을 보여준다. 역시 광부였던 아이의 할아버지는 ‘오랫동안 땅속에서 힘들게 일했으니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나를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언젠가는 내 차례가 올 거예요’라는 아이의 말이 무겁게 가슴을 친다. ‘거리에 핀 꽃’으로 잘 알려진 시드니 스미스가 그림을 그렸다. 52쪽, 1만2000원. 김지은 어린이 문학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