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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19일(金)
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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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유행 패션은 아마도 ‘롱 패딩’일 것이다. 밖에서 활동하는 운동선수나 영화 촬영 제작진 들이 입는 두툼한 방한용 옷을 유니폼처럼 걸치고 다닌다. 검은색의 부하고 투박해 보이는 옷에 너도나도 열광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방한을 위한 실용에서인지, 아니면 멋을 위한 유행에서인지.

‘패딩’은 다름 아닌 ‘누비옷’이다. 두 겹의 천 사이에 ‘솜’이나 ‘털’을 넣는다는 점과 누빈다는 점에서 ‘누비옷’과 공통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복식사에서 ‘누비옷’의 전통은 아주 깊다. ‘누비옷’이라는 말이 15세기 문헌에도 보일 정도다. ‘누비옷’은 본래 ‘누비’라고 했는데, ‘누비’ 또한 이미 15세기 문헌에 보인다. ‘누비’가 ‘옷’의 일종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나타내기 위해 ‘누비’에 잉여적 성격의 ‘옷’을 덧붙여 ‘누비옷’이라 한 것이다. 이는 ‘갑옷’을 뜻하는 ‘갑(甲)’에 ‘옷’을 덧붙여 ‘갑옷’이라 한 것과 똑같은 이치다.

그럼 ‘누비’의 어원은 무엇인가. 한자어 ‘衲緋(납비)’ 설이 있으나 이는 한자부회일 뿐이다. 일찍이 정약용 선생은 ‘아언각비’(1819)에서 ‘누비’를 중국어 ‘衲衣(납의·낡은 헝겊을 모아 기워 만든 승려의 옷)’에서 온 말로 본 바 있다. 이희승 선생도 그렇게 보았다. ‘누비’가 ‘비구(比丘)’와 함께 쓰인 중세국어 문장도 있어 이것이 승려와 관련된 ‘衲衣’에서 왔을 가능성을 키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누비’는 5세기 이전에 ‘衲衣’의 상고음(上古音)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누비’에 대한 동사 ‘누비다’가 있는 것을 근거로, ‘누비’를 중국어 ‘衲衣’의 차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곧 ‘누비’를 고유어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衲衣’를 ‘누비’로 차용한 뒤에 이를 통해 동사 ‘누비다’를 만들었다고 설명하면 중국어 차용설은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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