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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회평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19일(金)
집값 이길 수 없는 ‘부동산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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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강남 저격수’ 김수현 수석에
시장은 하이에나 들끓는 정글
부동산 정책은 그 자체가 정치

또 규제 퍼붓는 ‘노무현 시즌2’
이번엔 소비자가 정치적 접근
완력으론 시장 굴복시킬 수 없어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휴가 도중 불려 나왔다. 그다음 날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기자들 앞에 섰다. 단호한 어조로 “새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선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권 등의 가격 반등이 지극히 비정상적이라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총지휘자가 누구인지, 핵심 타깃이 어딘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정황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8·31대책 발표 당시 한덕수 경제 부총리는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고 호언했다. 가능한 거의 모든 채찍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8·31과 8·2는 유사하다. 강남 집값을 타도 대상으로 삼은 것도 같다. 공통점은 또 있다. 대책 직후 심대한 타격을 받은 듯했던 상대가 보란 듯이 되살아난 것이다. 서울 강남 아파트 시세는 새해 들어 신기록을 경신해가며 고공행진 중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기획자는 김수현 수석이다. 2005년엔 숨어 있던 그가 이번에 존재를 드러낸 것이 다를 뿐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말에 부동산 정책이 “실패였다”고 자인했다. “하늘이 두 쪽 나도…”라며 잡겠다고 벼르던 강남 아파트 가격은 재임 5년 새 64% 올랐다. 17번씩이나 ‘헌 칼’을 휘두른 결과로는 민망하다. 김 수석은 2011년 ‘부동산은 끝났다’는 의미심장한 제목의 책을 썼다. 그는 집값에 관한 한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당시 사회가 끊임없는 ‘공급부족론의 미혹’에 빠져 있었다고 주장한다. 요컨대 강남 집값이 오른 건 공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에게 부동산 시장은 ‘하이에나들이 우글거리는 정글’이다. 탐욕 가득한 투기꾼과 건설업자, 무책임한 전문가, 선정적인 언론이 판을 몰아간다. 그래서 그는 부동산 정책이 경제 정책이기도 하지만, 사회 정책, 나아가 그 자체가 정치라고 결론짓는다. ‘부동산 정치’가 엄연한 현실이고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런 사고의 틀에서 보면 그가 주도한 정책의 얼개가 읽힌다. 집값 상승으로 가진 자들이 앉아서 불로소득을 챙기는 것은 정권 지지층인 서민을 절망시키는 사회악이다. 경제적 문제에 질투나 이념이 끼어들면 정치가 된다. 시장 정상화보다는 ‘강남-투기-다주택자’ 세력의 타도가 정책의 주안점으로 돌변한다. 이 때문에 매번 강도를 높여가며 시장에 십자포화를 퍼부었지만, 최후에 살아남은 승자는 그들이었다. 패인은 너무나 단순했다. 적의 속성을 몰랐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했기 때문이다. ‘강남’은 대체재가 마땅찮은 희소 상품이다. 거주·교육·교통 입지가 좋고, 무형의 가치까지 지녔지만 수요에 비해 수량이 제한돼 있다. 재산가치 증식을 못 봐주겠다고 재건축을 막았더니 값은 더 올랐다. 부유세와 다름없는 종합부동산세로 공격했지만, 집을 팔지 않고 버텼다. 양도소득세 중과로 출구는 더 막혔다. 집값을 안정시키는 방법은 공급을 늘리거나 수요를 다른 곳으로 분산하는 것 외 달리 없다.

문 정부 출범과 함께 ‘강남 저격수’ 김 수석이 청와대에 재입성하자 시장은 긴장했다. 그리고 설마 했던 쪽으로 흘러갔다. 강남 집값 좌시하지 않겠다는 인식의 틀도, 양도세 중과에 보유세 강화 예고 등 정책 수단도 판박이다. “불난 곳엔 집 짓는 것보다 불 끄는 게 우선”이라며 공급론도 일축한다. 이젠 일반 시민들까지 ‘노무현 시즌2’라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다. 과거와 다른 것은 다시 시작된 ‘부동산 정치’에 소비자들도 정치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강도 높은 8·2조치가 나오자 강남 주택 매수자는 오히려 늘었다. 노 정부 시절 정부 말만 믿고 집을 팔았거나 안 샀다가 땅을 친 사례를 지켜본 사람들이다. 양도세 중과는 ‘똘똘한 한 채’ 수요를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더 늦지 않게 집을 사두려는 행렬엔 상경 길에 오른 지방 거주자, 심지어 외국인들까지 동참하고 있다. 정부 경고를 투자 신호로 받아들이는 형국이다. 이 와중에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를 무력화시키는 이념형 정책까지 강남 브랜드를 더욱 올려놓았다.

김 수석 표현대로 ‘부동산 인질사회’는 극복 대상이다. 그러나 부동산 정치가 방법론이 될 순 없다. 오히려 강남 거주·다주택자가 유난히 많은 고위 공직자들부터 집을 처분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더 유효할지 모른다. 이들이 공격 목표지에 포진하고 있는 한 집을 내놓을 사람은 없다. 완력으로 시장을 이길 순 없고, 집값은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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