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에 이어… 中스마트폰·TV ‘메이드 인 코리아’ 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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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IT 굴기’수출한국 위협

화웨이 등 2 ~ 3년만에 ‘급성장’
中, 자국 반도체 사용 높이기로

삼성 스마트폰 올 판매량 줄 듯
재계 “경쟁력 키우는 방안 시급”

2018년 판매되는 스마트폰과 TV 3대 중 1대는 중국 브랜드일 것이라는 시장조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수출 한국호’의 버팀목인 정보기술(IT)시장마저 이처럼 중국 브랜드의 힘이 무섭게 해마다 커지고 있어 이를 지켜보는 국내 수출 산업계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세계 경기가 호전되고 있기는 하지만 ‘신(新)3고’(원화강세·유가급등·금리인상) 현상과 미국·중국 등의 통상압박, 산업 구조조정 정체, 법인세 인상, 반기업 정책에 따른 비용 증가, 총수 부재 등에 시달리는 수출 한국호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오포·샤오미·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4사는 세계 3~6위권을 달리는데, 이들 회사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올해 처음으로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 중국회사의 시장점유율은 2015년만 해도 18%를 밑돌았으나 불과 2~3년 만에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의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3억1530만 대 추산)은 지난해보다 500만 대 가까이 줄면서 상위 6개사 중 유일하게 감소하는 ‘역주행’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시장점유율도 2011년 이래 처음으로 20% 아래인 19.2%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애플과의 프리미엄 브랜드 경쟁, 중국 업체의 가성비를 앞세운 도전 등으로 경쟁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인데, 특히 중국은 물론 인도·아프리카·중동 등 신흥 시장을 둘러싼 중국 브랜드의 도전은 위협적일 만큼 커지고 있다.

세계 TV 시장은 이미 하이센스·TCL 등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30%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중국 TV 브랜드의 2017년 시장점유율은 총 32.4%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20.3%를 기록, 13년 연속 글로벌 1위를 유지하며 체면을 지켰으나 2016년보다는 1%포인트가량 점유율을 잃은 것이다. 중국 시장만 봐도 중국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90%에 육박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5%를 밑돈다.

여기에 세계 반도체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은 앞으로 7년 뒤에는 자국 반도체 사용 비율을 70%로 끌어 올리겠다며 ‘반도체 굴기’까지 선언한 상황이다. 중국의 자국 반도체 사용 비율은 현재 10% 수준인데, 목표를 달성하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입지도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국가적인 투자를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은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D램, 낸드플래시 등 생산에 나설 태세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철강이나 조선이 중국 때문에 무너졌는데, 중국이 IT 세트에 이어 반도체까지 따라잡기 시작하면 한국 산업의 근간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면서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