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4시간 ‘얼음과 전쟁’… “손님 즐거워할 때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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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산천어축제 ‘안전 지킴이’ 김기호 재난구조대장

얼음 두께 측정·수온 점검 꼼꼼
“나고 자란 화천 위해 일해야죠”

“노력한 만큼 오늘까지 큰 사고 없이 많은 관광객이 안전하게 축제를 즐기고 있고, 축제도 매년 성장하는 것 같아 큰 보람을 느낍니다.”

화천 산천어 축제가 100만 명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국내 대표 축제로 자리 잡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해 온 화천군 소속 재난구조대 김기호(65·사진) 대장의 소감이다.

김 대장은 산천어 축제가 시작된 2003년부터 매년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화천천 얼음 낚시터의 안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김 대장은 올해도 축제가 시작되기 40여 일 전부터 안전 관리를 해 왔다. 낚시터 수중그물 설치와 고정작업, 인명구조 장비 배치 등을 했고, 축제 기간에는 얼음관리, 얼음두께 측정, 수온 점검 등을 하고 있다. 매일 축제 이후에는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점검 작업을 하고 있고, 축제장 폐장 이후에는 인명사고 예방을 위해 행사장을 관리한다. 축제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맡은 셈이다. 김 대장은 “아침 일찍 나와 얼음 두께를 살펴보고, 잘라볼 곳은 잘라본 뒤 들여다보고 있다”며 “물에서 할 수 있는 건 재난구조대가 다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김 대장은 화천군 파로호 선착장과 원천리에서 횟집과 양어장을 운영 중인 화천 군민이다. 그런 그가 화천 산천어 축제 기간 재난구조대로 활동하게 된 것은 물을 좋아하는 자신의 성격과 축제의 성격이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김 대장은 “평소 물을 좋아하고, 유도선 사업 등 그간 물에서 일을 많이 해 오다 보니 그 경험을 토대로 고향과 다름없는 화천에서 열리는 축제에서 재난구조대로 활동하게 됐다”며 “그물을 만들 줄도 알고, 스킨스쿠버 활동도 오랜 기간 했기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화천천 얼음 낚시터 개장 30분 전인 오전 8시에 행사장으로 나와 행사가 종료된 이후인 밤 10시쯤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하루 14시간씩 얼음 낚시터 물밑과 물 위를 수시로 오가며 활동해야 하기에 고되지만 일을 놓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김 대장은 “화천에 살며 자식들 다 키우고 이만큼 먹고 살게 됐으니 이제는 화천을 위해 일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누가 그만하라고 하지 않는 한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5회째를 맞은 산천어 축제가 그간 단 한 건의 얼음판 대형사고 없이 성공리에 개최될 수 있던 것은 김 대장의 리더십과 재단구조대원들의 강한 책임감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천군의 한 관계자는 “재난구조대의 남모를 활약 덕에 수만 명의 관광객이 화천천에서 안심하고 겨울 축제를 즐길 수 있는 것”이라며 “재난구조대원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고마운 분들”이라고 말했다.

진민수 기자 stardu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