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저임금 사태 本質 잘못 짚은 靑 정책실장 현장방문 쇼

최저임금 과다 인상으로 소상공인 등의 반발이 거세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18일 현장 방문에 나섰으나 사전 각본에 따른 것으로 드러났다. 전날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관 직원이 서울 관악구의 분식집·정육점·마트를 찾아 정책 홍보 팸플릿을 나눠주며 “잘 읽어보고 좋게 답해 달라”고 했고, 장 실장은 그 동선을 따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식집 종업원의 발언은 허를 찔렀다. “임금만 올라가면 뭐해요, 종업원이라도 장사가 잘돼야 받아도 마음이 편하고 떳떳한 거지”란 퉁명스러운 반응에 당황한 장 실장이 그래도 최저임금 인상이 좋은 것이란 취지로 설득하려 했으나 소용 없었다. 최저임금 급격한 인상으로 취약 계층 근로자는 수혜자 아닌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실감케 한 대화다.

당국자가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는 건 좋다. 그런데 앞뒤가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는 영세 자영업자에 직격탄이 될 최저임금 정책을 짜면서 이해당사자 의견은 못 들은 척했다. 곳곳에 생채기가 난 뒤에야 과시성 방문에 나섰으니 곱게 보일 리 없다. 더구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선 업주·근로자의 생생한 고충을 듣기보다는 정책 당위성 홍보에 급급한 모습이 역력했다. 장 실장이 들었던 쓴소리는 단순한 선의(善意)에 기초한 설익은 정책에 대한 현장의 생생한 경고다. 장 실장이 앞서 11일 고려대 환경미화원들을 찾아간 것도 고용주인 대학으로선 압박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장 실장은 최저임금 사태의 본질(本質)을 잘못 짚고 있다.

정부는 이날 상가 보증금·임대료 인상률 상한선을 낮추고, 카드수수료 부과 방식을 조정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현대자동차를 찾은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3·4차 협력사 최저임금 인상을 책임져 달라”고 요구했다. 잘못된 정책의 부담을 대기업·카드사·건물주에 전가하는 식이다. 정부는 땜질식 곁가지 대책이나 진정성 없는 홍보 쇼 대신 사태의 근원인 최저임금 1만 원 정책부터 전면 수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