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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역사 속 ‘사랑과 운명’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22일(月)
‘漢城에 노총각·노처녀 없게 하라’… 王이 나선 결혼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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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강점기에 한국인의 모습을 목판화로 그린 영국 여성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시집가는 날’. 국립민속박물관
■ 조선의 혼인정책

정조, 미혼남녀 숫자 파악 지시
281명 재정 지원… 성사시켜


“자녀가 30세가 가까워도 가난하여 시집을 못 가는 자가 있으면 예조(禮曹)에서 임금에게 아뢰어 헤아리고 자재(資材)를 지급한다. 그 집안이 궁핍하지도 않은데 30세 이상이 차도록 시집가지 않는 자는 그 가장을 엄중하게 논죄한다.” (경국대전 중)

가난해 혼인을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국가가 지원해 혼인을 시켜야 한다는 것과 자식이 노처녀가 되도록 시집을 보내지 않은 부모를 처벌한다는 이 내용은 조선의 법전, 경국대전의 내용이다. 늦도록 혼인하지 않는 것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의 문제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러한 법조문은 단순히 선언적 입장에 그치지만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정조의 ‘한양 노처녀, 노총각 혼인 프로젝트’다.

1791년 2월 어느 날, 정조는 한성(서울)에서 결혼하지 못한 노총각, 노처녀를 조사하게 했다. 총 281명으로 파악됐다. 이들에게는 국가의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조는 돈과 포목을 지원한 후, 혼인 여부를 매달 보고하게 했다. 국가의 지원으로 석 달 만에 남녀 한 명씩을 제외하고 모두 혼인에 성공할 수 있었다. 높은 혼인 성사율보다 남은 두 사람이 왜 혼인하지 못했는지에 집중했다. 남자는 28세의 노총각 김희집으로 서손(庶孫·서자의 아들)이었다. 그는 정혼한 상대가 있었지만 그가 서얼임을 알게 된 여자의 집에서 일방적으로 파혼시켜버렸다. 혼인에 성공하지 못한 여자는 신 씨, 그녀 또한 서녀로 21세의 노처녀였다. 그해 7월에 혼인을 약속한 집안이 있었으나 상대 집안의 배신으로 파혼을 맞았다. 결국 두 남녀는 파혼의 상처에 경제적인 문제까지 떠안으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혼인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비슷한 상처에 단 둘만이 혼인을 하지 못한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 한성판윤(서울시장)은 관리들과 고심 끝에 두 사람의 혼인을 계획하고 정조에게 보고했다. 정조 역시 그동안 경제적 지원에 그쳤던 정책 방향을 완전히 바꾼다. 두 사람의 혼인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국가가 혼인을 직접 주관하게 한 것이다. 일반 백성의 혼인에 국가가 나서는 사상 초유의 대형 혼인 이벤트가 펼쳐진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1791년 6월 12일 혼인에 성공한다.

김희집과 신 씨의 혼인 이벤트는 당시 큰 화제를 낳았다. 이 프로젝트의 최종 결과보고서에 해당하는 이덕무의 ‘김신부부전’을 비롯해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 목민심서 등에 기록됐고, 한성의 저잣거리에 소문이 파다해 여성들 사이에서는 ‘노처녀가’로 불리기도 했다. 특히 천재 문인 이옥이 쓴 조선 최초의 희곡 ‘동상기’는 혼인을 앞둔 노처녀 신 씨 마음을 생생히 담고 있다. “더는 참을 수 없어 측간으로 달려가 가만히 개를 불러 말하였다. ‘멍멍아, 내가 내일모레면 시집을 간단다.’…단지 하품만 한 번 하니, 그 처녀 민망하고 민망하여 또 개를 보고 말하였다. ‘멍멍아, 내가 너에게 허황된 말을 할 것 같으면 내가 너의 딸자식이다.’”

혼인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기쁜 노처녀가 체면 때문에 그 즐거움을 마음껏 표현하지 못하다가, 화장실을 지키는 개를 불러 ‘나 시집간다! 나 결혼한다고! 정말이라니까!’라고 외치는 모습은 해학을 넘어 짠하다. 이 작품에서는 당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세 가지를 ‘세력 없는 무반이 벼슬하는 것’ ‘가난한 선비가 과거시험 보는 것’ ‘가난한 처녀가 혼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매년 역대 최저 혼인율을 경신하는 우리에게 역사는 국가의 역할을 가르쳐 주고, 고전 문학은 감동과 재미를 주었다. 이 어려운 일을 해내고 기뻐하는 정조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가정이 번성하고 백성이 즐거운 것이 태평성대 아니고 무엇일까?

강문종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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