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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종호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22일(月)
北을 ‘평창 주인공’ 만드는 기막힌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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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피해 없는 단일팀 公言은 빈말
대표선수 일부 출전 기회 막아
그러고도 ‘합리적 방식’ 운운

태극기를 한반도기로 대체
‘위장 평화’ 이벤트도 거들어
‘김정은이 이기는 판’ 될 수도


“평창올림픽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울컥한다. ‘평창은 내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동계올림픽과 2014년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종목 금메달을 딴 ‘빙속 여제(氷速女帝)’ 이상화(29) 선수가 최근 공개적으로 다짐한 말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은 개최국이 대한민국인 만큼 올림픽 3연패 주인공이 되겠다는 의지가 더 굳다는 취지다. 국가대표 선수 모두 그럴 것이다. 오랜 기간의 극한 훈련에 혼신(渾身)의 힘을 다 쏟아온 이유도 달리 있을 리 없다. 메달을 기대하기 어려운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평창 주인공’은 당연히 이들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평창 주인공’ 만드는 일에 집착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일 스위스 로잔 본부에서 발표한 ‘남북 올림픽 참가 회의’ 결과는 그 기막힌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출전 결정은 그중 하나다. 남북 단일팀만 참가 엔트리 23명을 35명으로 확대해, 북한 선수 12명이 가담하게 했다. ‘스포츠 정신에 어긋나는 반칙’ ‘불공정 특혜’ 등 국내외 지적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현행 그대로 22명인 출전 엔트리에는 북한 선수 3명을 지명하기로 했다. ‘단일팀이 성사되더라도 ‘23+α’이기 때문에 한국 대표팀 선수가 출전하지 못하고 피해 보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던 정부 공언(公言)은 빈말이었다. 대표팀에서 동고동락해왔으나 대한아이스하키협회가 지난 18일 발표한 참가 엔트리 23명 명단에서 빠진 선수에 대해 감독과 동료 선수들은 너무 미안해 눈길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북한 선수들을 위해 팀워크와 전력 약화까지 자초하면서 한국 선수 일부의 출전 기회를 막은 셈이다. 그러고도 청와대는 “단일팀 구성 방식도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누구와 무엇을 기준으로 합리적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오죽하면 세 차례 도전 끝에 유치한 평창올림픽을 두고 ‘죽 쑤어 개 좋은 일 한다’는 속담에 비유하거나 ‘평양올림픽’이라고까지 비판하는 사람이 많겠는가. 개·폐회식에는 올림픽 최초로 개최국 선수들이 자국 국기를 들지 않고 입장한다. 태극기는 한반도기로 대체된다. 한국 선수단은 태극 문양과 애국가를 새겨 제작 완료한 단복 대신, 북한 선수단과 함께 입도록 새로 만든 것을 입는다. 와일드카드로 참가할 수 있게 해준 것을 고마워하긴커녕 되레 선심을 베푸는 것으로 행세하는 북한의 위장(僞裝) 평화 공세를 결과적으로나마 거드는 식의 이벤트들을 문 정부는 앞장서 제안하기까지 했다.

김정은이 큰 업적으로 내세우지만, 외국인 관심도가 낮은 마식령스키장을 세계에 선전할 수 있는 남북한 공동훈련도 합의했다. 국가대표 아닌 선수들을 보낸다곤 해도, 스키계 안팎에서 어이없어하는 건 당연하다. 김정은 체제선전과 우상화 공연을 해온 삼지연악단과 모란봉악단 등을 바탕으로 급조했다는 삼지연관현악단 140여 명에게 서울과 강릉의 대표적 공연장에서 화려한 무대도 연출하도록 했다. 현송월이 이끄는 북한의 사전 점검단은 21일부터 1박 2일 방남하기까지 일정을 제멋대로 통보, 취소, 재통보하며 이유마저 알리지 않았어도, 문 정부는 유감조차 표명하지 않았다. 이런 모습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김정은의 도발과 협박의 실체가 대규모 예술단·응원단과 태권도 시범단 등을 통한 선전 활동으로 가려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비치게 마련이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정은 신년사나 평창 참가 과정을 보면, 핵(核) 보유를 정당화하는 ‘북핵 평화론’을 선전하려는 것 같다. 북한이 핵을 가져도 한국과 동북아 평화는 유지된다는 거짓된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웃는 얼굴로 평창에 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 책략에 휘둘리면 평창올림픽은 그 누구보다 ‘김정은이 이기는 판’이 될 수도 있다. 미국 AP통신은 ‘김정은이 올림픽 챔피언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 지(紙)는 지난해 12월 24일 ‘김정은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위한 준비의 최종 단계에 돌입했다고 밝혔던 금년 신년사 다짐을 실현한 것은 물론,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올해는 김정은에게 매우 좋은 해였다’고 평가했다. 평창올림픽은 반드시 성공해야 하지만, 2018년이 ‘김정은이 승자인 해’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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