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4社로 분할됐는데… 구시대적 ‘1노조’ 규약

분할3社 임단협 가결해도 합의 불발

분할된 현대重만 잠정안 부결
3社 노조원도 타결금 못 받아

현대중공업과 3개의 분할 회사가 회사는 다르지만 노조는 같다는 ‘4사 1노조’ 체제에 발목이 잡혀 임단협 협상에서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22일 현대중 등에 따르면 현대중 노사는 지난해 12월 29일 2년 동안 끌어오던 2016·2017년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며, 이어 지난해 4월 현대중에서 분할된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 등 3개사도 잇따라 지난 5일 2년치 임단협에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현대중 노조(금속노조 현대중지부)가 지난 9일 4개사 조합원을 대상으로 동시에 실시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현대중(조합원 9825명)은 43%의 찬성으로 잠정안을 부결했다. 반면 현대일렉트릭(1437명·찬성률 57.54%), 현대건설기계(704명·72.14%), 현대로보틱스(100명·78.46%) 등 나머지 분할 3개사는 잠정안을 가결했다. 단일 노조 내에서 회사에 따라 부결과 가결 등 결과가 엇갈린 것이다.

이에 따라 가결된 분할 회사에서는 회사 측과 노조원들이 협상 결과에 따라 조인식을 갖고 협상 결과대로 타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 측은 “‘4사1노조’ 규정상 4개 사업장 모두 가결돼야 협상이 최종 타결되는 것”이라며 이를 거부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중 노조는 앞서 지난해 3월 회사의 분할에 맞서 1개 노조가 4개 회사와 단일 교섭할 수 있도록 노조를 ‘4사 1노조’ 체제로 규약을 개정했다.

이 때문에 잠정 합의가 가결된 분할회사 노조원들은 ‘4사 1노조’ 규정을 비판하며 조속한 타결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조합원 A 씨는 “대부분의 노조원들은 타결된 내용대로 하루속히 타결금 받기를 바라고 있다”며 “ 노조는 ‘4사 1노조’ 규정만 주장하지 말고, 하루빨리 가결된 사업장부터 타결금을 지급하도록 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현대중 노조는 회사 측에 재교섭을 요구하고 있으나, 회사 측에서는 “현 잠정합의안은 경영상황에 비춰 지불 능력을 넘어선 것으로 추가제시는 불가능하다”며 “노조의 입장이 정리되면 교섭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 노사는 앞서 지난해 말 기본급 동결, 자기계발비 월 20시간 지급, 임단협 타결 격려금 100%+150만 원(2년치 2회 지급), 사업분할 조기 정착 격려금 150만 원, 상여금(총 800%) 중 300%는 매월 25%씩 분할급 등에 잠정 합의했다.

울산 = 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