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찬 교수의 중국어와 중국 문화>‘나라 위한 富의 나눔’ 열광한 대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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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중국에서 ‘꽃 피던 그해 달빛(那年花开月正圆)’이란 드라마가 히트를 쳤다. 국민드라마라 불릴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 제목을 글자 그대로 번역해보면 ‘그해 꽃은 피고 달은 정말 둥글고’ 정도의 뜻이 된다. 시의 한 구절 같은 표현이다. 한국 방영을 위해 다듬어진 제목이 ‘꽃 피던 그해 달빛’이다.

이 드라마는 2017년 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최고 시청률이 5.5%까지 나왔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보통 2%를 넘기면 히트작이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 국민드라마로 인정받으려면 시청률이 적어도 20%를 넘겨야 하고, 공중파가 아니어도 10% 내외는 나와야 한다. 이와 달리 중국은 지역이 넓고 인구가 많다 보니 2%를 넘기기도 힘들다고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수는 엄청날 것이다.

‘꽃 피던 그해 달빛’은 한국 드라마 ‘대장금’을 연상시킨다. 온갖 고난을 꿋꿋이 이겨내고 성공하는 여주인공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그녀의 이름은 주영(周)으로 청나라 말기의 유명한 사업가였다. 남녀차별이 심했던 시절 상단을 이끌면서 성공을 이뤄낸 인물로, 많은 부를 축적했을 뿐만 아니라 그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는 등 사회공헌을 해 존경을 받았다. 이러한 면에서는 한국의 김만덕이 떠오른다.

김만덕은 기생 출신으로 제주도에서 장사로 거상이 됐다. 당시 제주도는 버려진 땅이자 차별의 땅이었다. 여자였으니 차별은 더욱 심했다. 이런 척박한 상황에서도 김만덕은 장사에 수완을 발휘해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러던 와중에 제주에 큰 기근이 들었는데, 전 재산을 내어 백성을 구했다. 육지로 배를 보내 곡식을 실어와 관청을 통해 나눠줬다고 한다. 정조도 이에 감읍해 ‘의녀반수’라는 명예직을 내렸다고 한다.

다시 중국의 주영 이야기로 돌아오면, 그녀는 산시(陝西)성 징양(涇陽)현에 살았던 인물로 오(吳)씨 집안에 시집을 간다. 불행히도 남편이 요절해 결혼한 지 2년 만에 과부가 된다. 이후 주영은 사업에 성공한다. 남녀차별이 심했고 수절을 요구하던 고루한 시절에 그녀가 이룬 성과는 대단하다 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사실은 당시 상인들이 꺼리던 서양의 첨단장비를 들여와 방직업을 현대화해 해외에까지 수출했다고 한다.

드라마에서는 그녀가 매우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나오는데, 사실 유명한 상단의 딸이었다고 한다. 결혼도 두 상단이 만나는 정략결혼에 가까웠다. 아마도 드라마적인 요소를 강조하기 위해 어려운 환경을 첨가한 듯하다. 결국 그녀는 어려서부터 장사의 기본을 몸에 익힌 인물이었다. 또한 드라마에서는 거의 모든 남성이 그녀를 사랑하는데, 흥미로운 구성이다.

주영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계기는 청나라 말기 나라 사정이 어려워지자 10만 량의 은을 국가에 바쳤기 때문이다. 이때 ‘호부부인’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나중에 또다시 헌납함으로써 ‘일품고명부인(一品誥命夫人)’이란 작위를 여성 최초로 얻었다고 한다.

어느 시대나 수많은 부자와 사업가가 존재하지만, 역사적 평가는 돈을 많이 번 사실이 아닌 그 부를 어디에 얼마나 잘 썼는지에 집중하는 듯하다. 성공한 사업가뿐만 아니라 존경받는 기업가를 많이 만들어 내려면 돈 버는 방법만이 아니라 쓰는 법도 잘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한다.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