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미래를 보다>“주로 센 역할 맡아… ‘잘 버텼다’는 칭찬 만으로 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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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배우 氣살리기…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최리

이병헌·윤여정 사이에서 제 몫
“무용 전공, 연기표현에 큰 도움
롤모델 선배의 칭찬 얼굴 화끈”

“‘잘 버텼다’는 칭찬만으로도 족해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은 배우 보는 맛이 쏠쏠한 영화다. 이병헌, 윤여정은 두말할 나위 없고,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지체 장애인 역을 맡은 박정민의 연기 역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만하다. 그들에 대한 기대를 안고 이 영화를 선택한 관객들은 극장 문을 나설 때 또 한 명의 배우를 ‘발견’한다. 극 중 주인공들이 사는 집 주인의 딸 변수정 역을 맡은 최리다.

그가 연기하는 변수정은 술집을 운영하는 자신의 엄마를 험담하는 주인숙(윤여정)에게 “술집 년은 맞는데, 못 배우지는 않았거든요”라고 말할 정도로 당차다. 조하(이병헌)와 컴퓨터 게임을 하며 게임용어를 줄줄이 읊는 연기는 압권이다. 이병헌이라는 걸출한 배우 곁에서 조금도 주눅 들지 않는다.

“이병헌 선배님과 촬영 전 ‘못하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어요. 살아남기 위해 일본어로 된 게임용어를 달달 외워서 시나리오에는 없는 추임새를 넣었어요. 다행히 반응이 좋아서 속으로 ‘아싸∼’라고 외쳤죠. 제게는 높은 산과 같은 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하면서 ‘잘 버텼다’는 이야기 정도만 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것만이 내 세상’의 시사회가 끝난 후 최리는 마음의 부담을 덜었다. 함께 연기한 이병헌, 박정민뿐만 아니라 평소 롤모델로 손꼽던 선배 배우 김혜수에게도 칭찬을 받았기 때문이다.

“시사회 전에는 불안해서 잠도 못 잤어요. 영화 속에서 눈에 띄지 않거나 혹은 너무 튀지 않을까 계속 불안했죠. 그런데 시사회 후 이병헌 선배님이 ‘너 영화 봤어? 잘했어’라고 해주실 때는 머리가 멍했어요. 이 영화의 제작자인 윤제균 감독님과 함께 영화를 본 김혜수 선배님의 칭찬을 직접 들을 때는 얼굴이 화끈거렸죠.”

그동안 최리는 개성 강한 역할을 많이 맡았다.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다뤄 36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귀향’(2016년)에서는 씻김굿을 하는 무녀 은경 역을 맡았고, 케이블채널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도깨비’(2017년)에서는 주인공 지은탁(김고은)의 이종사촌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최근 막을 내린 KBS 2TV ‘마녀의 법정’에서는 열정 넘치는 막내 검사 역을 소화했다.

“원래 중앙대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했어요. 우연한 기회에 ‘귀향’의 은경 역을 맡았을 뿐, 연기를 계속할 생각은 없었죠. 하지만 ‘귀향’을 통해 스크린에 나오는 제 모습을 보고 저와 다른 인물을 연기로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지 알게 됐어요. 한국무용을 하며 몸으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법을 배운 것이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최리는 이미 차기작 촬영도 마쳤다. 선배 배우 김인권과 호흡을 맞춘 영화 ‘순이’(감독 지성원)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한 형사가 산골마을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인 어린 소녀 순이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이 영화에서 최리는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주요 인물인 신주 역을 맡았다.

“지금껏 제가 선보였던 캐릭터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성격을 가진 인물이에요. (웃으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자세히 설명해 드리긴 어려워요. 그동안 제가 맡았던 역할을 보면 캐릭터가 센 편이에요. ‘왜 그런 역할이 주로 들어올까’라는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 결국 제가 폭넓은 연기를 통해 차근차근 풀어갈 숙제라고 생각해요.”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