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적자서 흑자로 반전시켰는데… 해임 수용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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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회, 해임 의결

이인호, 이사· 이사장 사퇴
“방송, 언론노조 권력 놀이장”
‘방송문건’로드맵 대로 실행

“만성 적자경영에서 벗어나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는데도 동의할 수 없는 사유로 임기가 남은 사장을 해임하려 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부당한 행위인 만큼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고대영)

“MBC에 이어 KBS도 권력놀이를 하는 과격한 언론노조의 자유 무대가 된 셈이어서 건전한 공론의 조성은 불가능해지고 국민의식이 혼미해지는 현상이 가속화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이인호)

KBS를 관리·감독하는 KBS 이사회의 사장 해임제청안 논의 과정에서 고대영(왼쪽 사진) KBS 사장은 이같이 의견을 진술했고, 이인호(오른쪽) 이사장도 사퇴의 변을 밝혔다.

KBS 이사회는 22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고 사장 해임제청안을 의결했다. KBS 이사회는 이날 재적 이사 11명 중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연 이사회에서 고 사장의 소명을 들은 뒤 2시간이 넘는 논의 끝에 찬성 6표, 기권 1표로 해임제청안을 가결했다.

야권 측 차기환·조우석·이원일 이사는 고 사장 해임제청안 처리에 반발하며 회의 도중 퇴장했다. 이들은 이사회 종료 후 입장문을 내고 “정부여당 추천 이사 6명은 수적 우위를 내세워 고대영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가결하는 폭거를 자행했다”며 “국민과 시청자들이 우려해온 이른바 더불어민주당 방송장악 문건이 담고 있던 음모가 최종적으로 완성됐다는 점에서 새삼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8월 민주당 워크숍에서 만들어진 ‘방송장악 문건’ 로드맵 대로 MBC와 KBS 등 공영방송의 사장 퇴진이 실행됐다는 주장이다..

지난 8일 KBS 여권 측 이사진은 보도 공정성 훼손, 내부 구성원 의견 수렴 부족 등 사유를 들어 고 사장 해임제청안을 KBS 이사회 사무국에 제출했다.

고 사장은 의견 진술을 통해 “일부 이사들이 제기한 해임사유 모두가 왜곡과 과장으로 점철돼 제 개인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 시기 저를 믿고 열심히 일해 온 KBS 구성원들의 노력과 성과를 모조리 부정하고 폄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사장의 최종 해임은 KBS 사장 임면권이 있는 대통령의 재가로 결정된다. 고 사장이 해임되면 KBS 이사회는 공모를 통해 사장 지원자를 접수하고 서류, 면접 심사를 거쳐 사장 후보자를 최종 선정한다.

이 이사장은 이날 이사회에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그는 이메일을 통해 이사장직과 이사직을 모두 사퇴하겠다고 밝히며 “ 이 나라의 이념적 정체성과 법치와 언론의 자유가 모두 함께 유린당하기 시작하는 순간에 뒤에 남게 되는 우국동지 이사들과 KBS 사원 여러분께는 오늘 같은 사태가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막을 힘이 없었던 데 대해 미안하다는 말 밖에 드릴 것이 없다”고 했다.

새노조, 파업 143일만에 중단
24일 약식집회… 업무복귀 예정

전국언론노조 KBS본부(KBS 새노조)는 파업 143일 차인 24일 오전 9시 총파업 잠정중단 약식 집회를 연 뒤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KBS 새노조는 고 사장 해임제청안 의결 후 ‘우리가 이겼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어떠한 시련과 도전도 두려워하지 않고 국민을 감동시키고 국민에 의해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