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이프가드 발동>“최악 시나리오”… 1조원대 세탁기 美수출 감소 불가피

ITC 권고안중 최고수위 결정

삼성·LG ‘관세폭탄’에 당혹
美 현지공장 조기가동 서둘러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로 인해 관세 폭탄을 맞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서 국내 가전업계에 상당한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연간 수출액 1조 원에 달하는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위기에 놓이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3일 양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세이프가드 권고안 중에서 관세 부과 수위가 가장 높은 안을 택하자 당혹해 하는 모습이다. 당초 ITC는 양사 대형 가정용 세탁기 중 120만 대를 밑도는 첫해 물량에는 관세를 물리지 않거나 관세 20%를 부과하자는 2가지 의견서를 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율이 높은 선택지를 골랐다.

삼성전자는 이날 공식 입장을 내고 “세이프가드 결정은 미국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손실을 입히는 것”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삼성전자 세탁기의 혁신적인 기능과 디자인을 원하는 미국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으로 구매하는 부담을 갖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LG전자도 “세이프가드 발효로 인한 최종적인 피해는 미국의 유통과 소비자가 입게 되고, 지역경제 및 가전산업 관점에서도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ITC는 앞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근거로 LG전자가 한국 창원공장에서 생산하는 세탁기를 세이프가드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미국 정부는 최종적으로 이마저도 포함시켰다. 창원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세탁기는 LG전자의 대미 수출 물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관세 부과로 국내 가전업체들은 큰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세이프가드는 2~3주 내 발효되며 양사가 올해 미국에 수출하는 물량부터 곧바로 적용된다. 관세 20%는 세탁기값에 고스란히 포함돼 양사는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양사가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 대수는 연간 약 250만~300만 대로 추정된다.

양사가 가진 대응 방안은 현재로는 미국 공장 조기 가동이 유일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에 현지 가전 공장을 계획보다 빨리 가동하기로 했다. 하지만 ‘풀가동’까지는 시일이 걸리는 데다 이곳에서 연간 수출 물량을 모두 생산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표적이 다른 제품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자국 기업과 산업 경쟁력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장벽을 치겠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인 만큼 냉장고와 청소기 등 다른 제품들도 안전지대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