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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종대의 동네 집 이야기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24일(水)
질문하고, 보여주고, 기다린다… 창의력·사회성 함께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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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초등학교 앞에 있는 ‘DD238’은 ‘노어덜트 존’을 표방하면서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으로 지난 2017년 2월 탄생했다. ‘아이들의 작업실’(큰 사진)에서 어린이들이 다양한 체험을 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아이들의 작업실 ‘DD238’

디자인·출판·전시전문가들
‘방과후 체험공간’ 의기투합

‘노 어덜트’ 외친 특별한 곳
238가지 가능성 연다는 뜻

자율성 해칠 어른 개입보다
스스로 판단해 활동하도록
부모는 카페서 기다리게 해

벤처기부 ‘C프로그램’ 도움
이용료 없어… 재료도 공짜


얼마 전, 전직 아나운서가 책방을 열었는데 어린아이들과 함께 가도 되는지를 묻는 질문이 많았다는 내용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상업공간에 어린이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 존’의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아이의 출입을 제한한 제주도의 한 음식점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아동 인권 차별이라며 개선을 권고한 사례도 있었다. ‘노키즈 존’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간에서는 아이들의 무질서한 행동과 보호자의 무례함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안전사고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모든 아이에게 일방적인 기준을 내걸고 입장을 불허하는 ‘노키즈 존’은 아이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기회를 사전에 박탈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노키즈 존’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어린이의 사회성 함양과 보호자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앞서 책방 사례처럼 어린아이의 동반이 가능한 곳인지 미리 확인하는 사람들도 점차 늘고 있다.

‘노키즈 존’이 문제가 되고 있을 때 ‘노어덜트 존’을 표방하면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DD238’은 좀 특별한 곳이다. 2017년 2월, 이문초등학교 앞에서 문을 연 이곳은 하교하는 아이들과, 아이를 기다리는 어머니들에게 다양한 체험 공간을 제공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됐다. 건축가, 디자이너, 전시·출판기획자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내고 만든 이곳은 ‘아이들의 작업실’이라는 이름의 체험 공간과 부모들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카페로 구성돼 있다. 작업실이라는 이름은 이곳을 이용하는 아이들과 엄마들이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가는 창조적인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반영해 붙였다고 한다.

DD238은 창조적인 아이들의 활동을 위해 세 가지 행동 원칙을 지키고 있는데, 질문하고 보여주고 기다리는 것이다. 이 세 가지 행동 원칙은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활동과 행동에 대해 판단하고 결론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이것 해보라 저것 해보라 대신 질문을 통해서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을 정하고,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기보다는 비슷한 사례를 보여주는 식이다. 작은 것이라도 아이들 스스로 결정하고 만들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데 성급한 어른들의 개입으로 자율성을 해치지 않게 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어덜트 존’이라는 푯말이 붙게 됐다는 설명이다.

방과 후에도 많은 시간을 어른들의 판단과 결정에 의해 보낼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지만, 커다란 유리로 분리돼 있는 ‘노어덜트 존’은 되레 아이들의 창의력이 가장 돋보이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아이들의 창의력만 중요시되는 것은 아니다. DD238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회원 가입을 하게 되는데 회원 가입 신청서에는 다른 친구들과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약속’들이 적혀 있다. 아이들은 친구의 작업을 방해하지 않고 적당한 양의 재료 사용과 작업 후 자리 정리를 통해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사회성도 함께 습득할 수 있다. 아이들이 만든 작품과 작업 노트를 모아 작은 전시회를 열어 함께 공감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엄마들은 아이들이 안전한 공간에서 놀고 있을 때 모처럼의 여유를 가져볼 수 있다. 소책자를 비치한 작은 카페에서는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학부모 모임이나 주민들의 문화 활동을 위한 공간도 대여 가능하다. 커피를 마시고 공간을 대여하는 것은 유료이지만 ‘아이들의 작업실’은 이용료가 없다. 작업에 필요한 재료도 모두 무료로 제공된다. 이 공간이 무료로 운영될 수 있는 것은 ‘C프로그램’의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C프로그램’은 우리나라 대표 벤처기업들이 투자해 만든 벤처기부 펀드로 의미 있는 사회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DD238은 설립 초기부터 ‘C프로그램’의 지원을 받고 있는 만큼 이곳에서 시작되는 변화가 기대되는 곳이다.

238가지 다른 가능성을 가진 문을 여는 공간이라는 의미의 DD238은 이 공간이 위치한 이문동 238번지에 창의적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진 이름이다. 외부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세웠다는 마을 문이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문으로 변신했다. 실제로 이곳의 외관은 여러 개의 문으로 장식돼 있는데 문 하나하나마다 아이들의 다양한 미래가 있을 것 같아 열어보고 싶게 만든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간판이 없다는 것이다. 간판이 있을 자리에 하얀색 바탕만이 있을 뿐이다, 의도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흰 바탕 위 다양한 색으로 아이들의 꿈이 그려지길 원하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건축가·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


- 문화부 SNS 플랫폼 관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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