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편지 쓰기>아픈 엄마 지켜보며 우울한 저에게 사랑 심어줘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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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교육감賞 김민혁 군

제 마음속 꽃샘추위를 녹여주신 봄 햇살같이 따뜻하고 포근함을 주셨던 차영주 선생님께!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면 대부분 사람은 새로운 마음과 설렘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저에게 2014년 3월의 봄은 유난히 더 춥고 걱정과 불안감을 안고 시작해야 했던 신학기였습니다. 늘 건강하고 활기차셨던 엄마의 갑작스러운 수술과 항암치료는 저에게 너무나도 큰 불안감과 아픔을 주었고 그런 아프신 엄마를 지켜보며 우울하게 방학을 보내고 새 학기를 맞는 저에겐 그 어떤 것도 신나지도 설레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더 큰 고민거리가 바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죠. 학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엄마의 항암치료도 시작됐고, 엄마가 치료받으시는 동안 저는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이모 댁에 가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저는 엄마의 일을 조금이라도 덜어 드리기 위해 알아서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신청서를 받아 작성해서 내겠다고 했는데 새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체험학습을 간다고 말씀드리기도 눈치가 보였고 그렇다고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도, 알리고 싶지도 않은 아픈 엄마의 상태를 말씀드리기도 싫었습니다. 저는 며칠을 혼자 끙끙거리며 고민했고 병이 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고민을 알아차리신 엄마는 “어린 너에게 걱정거리를 만들어 주다니 내가 생각이 짧았구나”라고 하시며 선생님과의 상담을 신청하셨고, 결국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던 저의 비밀을 선생님이 알게 되셨습니다.

그 후 저는 선생님이 혹시 안쓰럽게 보시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선생님께서는 다른 친구들과 다름없이 똑같이 대해 주셨습니다. 그리고는 저의 일기장을 통해 용기와 사랑을 표현해주셨고, 그런 선생님의 따뜻한 사랑이 느껴지는 글을 읽으며 얼어붙었던 마음도 조금씩 녹아내려 마음속의 걱정과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든든한 편이 생긴 것 같아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저는 이런 선생님이 너무 고맙고 감사해 소풍 가는 날 엄마께 특별히 과일 도시락을 준비해달라고 부탁드렸고, 들뜨고 설레는 마음으로 소풍지에 도착해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점심을 먹으며 선생님께 과일 도시락을 언제 드려야 할지 고민에 빠졌죠. 친구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혹시 선생님이 부담스러워하시지는 않을까?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다른 친구가 장난을 치며 가방을 옆으로 던져 버리는 사고가 생겼고 “안 돼” 하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방은 내동댕이쳐졌습니다.

과일은 가방 속에서 뒤죽박죽 엉망이 돼 있었고, 그걸 보는 저의 마음도 가방 속과 같은 상태였습니다. 저는 온종일 속상하고 화가 나서 어떻게 집에 왔는지 생각도 나질 않았죠. 그리고 그날 저녁, 용기 없는 자신을 자책하는 일기를 썼고 다음 날 일기를 읽으신 선생님께서는 저의 속상한 마음을 사르르 녹여주는 글을 남기셨습니다. “많이 속상했겠구나! 엉망이 된 가방은 괜찮니? 그리고 그건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야. 다른 과일을 먹은 것보다 마음이 더 달콤하고 흐뭇해. 그리고 이렇게 선생님께 마음을 열어주고 마음속 이야기를 해줘서 정말 고맙고 기쁘구나”라는 글을 써주셨습니다.

저는 글을 읽는 순간 온몸이 벌꿀 통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달달하게 녹아내릴 것 같은 행복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날의 행복함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