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여덟 살 버릇, 평생 간다”… 식습관· 인사예절 일일이 잡아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강원 원주시 반곡초교 교실에서 유대균(왼쪽 세 번째) 교장이 학생들의 독서록을 점검해 주고 있다. 반곡초등학교 제공

유대균 원주 반곡초교 교장

‘반찬 투정’ 할때 혼내기보다는
멸치 성장과정 등 이야기해줘

아이들과 글짓기대회 등 다녀
학생들 재능 발굴에 열정쏟아

생일맞는 제자에 기념품 전달
10년넘게 복지시설 봉사활동

“요즘 아이들이 인스턴트 식품은 좋아하지만, 멸치나 김치 같은 자연식품은 잘 먹지 않아요. 아이들이 반찬 투정을 할 때면 무작정 혼내기보다는 멸치의 성장 과정, 김치의 영양소 등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이야기를 해주면서 식습관을 바로잡기 위해 애씁니다.”

유대균(58) 강원 원주시 반곡초교 교장은 지금도 학생들의 식습관과 인사 예절까지 일일이 바로잡아 주는 자상한 교사다. 38년 차 교사인 그가 반복해서 교육하다 보면 좀처럼 고쳐지지 않을 것 같았던 아이들의 편식과 인사 습관이 금세 좋아진다.

유 교장은 “10여 년 전에 가르쳤던 제자가 “선생님 덕분에 음식을 골고루 먹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다”며 검은색 내복을 한 벌 사서 학교를 방문한 일도 있었다”며 “교사는 이처럼 작은 제자들의 변화에 보람을 느끼고 에너지를 얻는 직업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 특히 초등학교 교사는 교과목 수업만 잘해서는 안 된다. 초등학교 때의 생활습관이 평생을 가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올바른 습관을 길러주는 일에도 부지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장은 초임 교사 시절부터 학생들이 어려움에 처하면 가장 먼저 팔을 걷고 나선 것으로도 이름이 나 있다. 그는 “과거 강릉 경포대초교에서 근무할 당시 심장병에 걸린 제자가 사경을 헤매는 것을 보고 미국에 있는 병원까지 연락해서 아이를 구할 방법이 있는지 문의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병원에 연락해야 하는데 당시는 영어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자취방이 있었던 강릉 시내에서 바닷가 학교까지 자전거로 출근하는 길에 영어 테이프를 들으면서 공부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그의 노력으로 국내에서는 치료법이 없어 낙심하던 제자가 미국의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유 교장은 교내외를 돌며 아픈 제자의 수술비를 모금하는 일에도 앞장섰다. 그는 “세월이 흘러 연락이 끊기는 바람에 제자가 지금도 건강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알 수는 없다. 찬 바람이 불 때면 제자 생각이 많이 난다”며 그리운 마음을 전했다.

유 교장은 1981년 교직에 입문하면서 “학생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여기는 교사가 되겠다”고 교육 방침을 스스로 세우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의 재능을 찾아내 길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아이들을 잘 관찰해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주변에서 성공한 인생을 사는 지인들 상당수가 비교적 어린 나이에 교사 또는 부모의 도움으로 재능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유 교장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교장이 된 후에도 학교 도서관을 정비하고 체육 시설을 보강했다”며 “끼가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수학탐구, 토론, 과학경진, 글짓기 대회 등을 부지런히 다니는 것도 아이들의 재능을 찾아주기 위한 내 나름의 노력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유 교장은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남을 돕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도 노력한다. 그는 “나도 지인의 권유로 10년 넘게 강원 정선군의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며 “시간과 노력을 들여 봉사활동을 하면 배우는 게 참 많다”고 말했다.

유 교장은 학생들에게도 봉사의 기쁨을 맛보게 하려고 학교 인근의 불우한 아동들이 모여 생활하는 복지시설에 함께 봉사활동을 종종 다닌다. 특히 학생들과 비슷한 또래를 돕는 일에 더욱 열정을 쏟는다. 그는 “학생회 소속 아이들과 해당 복지시설을 찾아 성금도 전달하고 궂은일도 찾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풍족한 환경에 감사하고, 어려운 처지의 친구들과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법을 스스로 깨우친다”며 “교실 수업에서는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아끼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매월 생일을 맞는 전교 학생들에게 기념품을 주는 행사도 하고 있다.

유 교장은 “가정에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는 아이들에게 생일은 마냥 즐거운 날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있다”며 “내 작은 정성이 아이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밝혔다. 정년퇴임까지 5년여가 남은 유 교장은 “퇴임하는 그날까지 학생들을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교사의 본분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은 교권 회복과 아동이 행복한 환경 조성을 위해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