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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25일(木)
공직 사회의 ‘新적폐’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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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권 전국부장

정부 각 영역에서 진행 중인 적폐 청산 작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적폐 청산이 과거를 일단락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기보다 분란의 씨앗을 잉태하는 새로운 적폐 쌓기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조사 과정이 적법성과 정당성을 상실해 공정성 논란이 이는 경우가 많고, 조사 결과 역시 매듭을 짓기보다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진상조사위원회가 적폐 실체를 찾아내지 못한 채 검찰과 경찰에 수사 의뢰를 권고하는 일이 잦자, ‘네 편, 내 편’ 가르기 싸움이 또 시작됐다는 말이 나온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런 일에 이골 난 공직 사회에선 ‘직권남용’ ‘직무 유기’ ‘업무방해’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등 4가지 법을 적용하면 대한민국 모든 공무원을 적폐로 만들 수 있다는 웃지 못할 우스갯소리마저 유행하고 있다.

대법원의 판사 블랙 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가 지난 22일 블랙 리스트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법원행정처가 비판적인 판사 등에 대한 동향 파악과 성향 분석을 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재판에 청와대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를 놓고 한쪽에선 ‘블랙 리스트는 없었다’고 하고, 다른 쪽에선 ‘블랙 리스트보다 더한 적폐가 발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세 번째 조사 의사를 밝혔다.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조사와 의혹 제기를 되풀이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면서 공직 사회에선 신적폐라는 얘기도 나온다.

블랙 리스트를 찾아내지 못하자 수사 의뢰를 권고한 조사위도 있다. 국가기록관리혁신 TF는 15일 2015년 3월 당시 박동훈 국가기록원장이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8개 위원회 위원 20명 향후 임기 도래 시 단계적 교체 추진’이란 현안 보고를 했다며 박 기록원장에 대한 수사 의뢰를 기록원에 권고했다. 그러나 TF는 블랙 리스트 존재도, 이를 입증할 물증도 제시하지 못했다. 한 고위 공직자는 “권력을 잡은 쪽에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넌 대답만 하면 돼) 식으로 몰아붙이면 없던 일도 만들어 내야 한다”고 토로했다. 경찰이 용산 화재 참사 등 5개 사건을 재조사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보면서 불법 시위에 공권력을 행사하다 희생당한 경찰이 ‘직권남용’ 혐의로 적폐 대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든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횡령이나 문화계 블랙 리스트와 같은 적폐는 정치적 논란이 일더라도 바로잡고 법을 어긴 사람은 처벌해야 한다. 적폐 청산이 국민의 지지를 얻고 새로운 나라 세우기에 기여하려면 ‘있는 것은 있는 대로, 없는 것은 없는 대로’ 팩트에 근거해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적폐 의혹을 조사했지만, 증거를 못 찾았으면 적폐는 없다고 밝히고, 논란을 매듭짓는 것이 진상조사위가 해야 할 일이다. 새 정부 권력에 편승해 정권에 잘 보이기 위해 실적 쌓기용 적폐 청산 작업을 하거나 한풀이식 보복을 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적폐다. ‘작법자폐(作法自斃)’란 말이 있다. ‘자기가 만든 법에 자기가 죽는다’는 말이다. 적폐 청산 작업이 이런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ybk@
e-mail 유병권 기자 / 전국부 / 부장 유병권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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