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체조선수 30년간 性폭행 팀닥터 175년刑 선고…“걸어서 못나간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래리 나사르(가운데) 전 미국 국가대표 체조팀 주치의가 24일 미시간주 랜싱법원 법정에 앉아 어두운 표정으로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나사르, 160여명 상습적 추행
방청석 피해 여성들 박수·눈물

“나는 지금 당신의 사형집행 영장에 서명했습니다. 당신은 걸어서 감옥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24일 미국 미시간주 랜싱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로즈마리 아퀼리나 판사는 이렇게 말하며 전 미 국가대표 체조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54)에게 최대 175년형을 선고했다. 수의를 입은 나사르는 힘없이 고개를 떨궜고, 나사르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던 피해 여성들은 방청석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박수치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미국 체육계 역사상 최대의 성폭력 스캔들이 마무리됐다.

정골의학 전문의이자 미시간주립대 교수였던 나사르는 1986년부터 2015년까지 약 30년간 미 국가대표 체조팀의 ‘팀닥터’로 활동하면서 치료를 빌미로 여성 체조선수 등 160여 명을 상습 성추행했다. 성폭력을 당한 선수 가운데는 체조 금메달리스트 매케일라 마로니(22) 등 미국의 유명선수들이 대거 포함돼 있으며, 일부 선수는 6세 때부터 나사르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사르에 대한 고소장에 이름을 올린 선수만 140명 이상이며, 그의 성범죄를 폭로하거나 증언한 여성이 16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올림픽의 꿈을 위해 성추행을 참아야 했다고 증언했다.

제이미 아넷·쟌넷 앤톨린·매기 니콜스 등 전 국가대표 체조선수들은 2016년 9월 나사르의 성범죄를 처음 고발했다. 이후 150명 이상이 피해사실 폭로에 나섰지만 그는 “합법적인 치료의 일환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성폭력 고발 ‘미투 캠페인’을 계기로 나사르의 성범죄에 대한 비판여론이 더욱 널리 확산됐다. 지난해 12월 CBS 시사프로그램 ‘60분’은 피해자 인터뷰 내용을 집중 보도하기도 했다. 결국 나사르는 법정에서 10건에 대한 성폭력 혐의를 인정했으며 40~175년형을 선고받았다. 나사르는 이미 아동포르노 소지죄로 6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라 사실상 생을 감옥에서 마무리해야 한다고 CNN방송 등은 전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