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맞출 시간 없는데… 北선수 명단 발표 않고 ‘미적’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선수 12명, 지원 2명, 감독 1명으로 구성된 북한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25일 오전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입경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北선수·지원인력 등 15명 도착
문체부, 명단 5일전 알고서도
입경 1시간 30분 뒤에야 공개

훈련 기간은 보름 남짓 불과
조직력·전술 구상 등 차질 우려
체육계 “도대체 이해할수 없어”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들의 명단을 정부가 일찌감치 확보하고도 대한아이스하키협회에는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북한 선수들이 입경하고도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고,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알렸다.

남북 단일팀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 12명과 감독 1명, 지원 인력 2명은 25일 오전 경의선 육로를 통해 남측으로 내려왔고 곧바로 진천선수촌으로 이동했다. 박철호 감독과 선수 김은정, 려송희, 김향미, 황충금, 정수현, 최은경, 황설경, 진옥, 김은향, 리봄, 최정희, 류수정 등이다. 공격수 9명, 수비수 2명, 골리 1명으로 구성됐다. 세라 머리(캐나다) 감독이 기억난다고 꼽았던 선수 중 정수현, 김향미가 포함됐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예선 스위스와의 1차전은 다음 달 10일 열린다. 남북이 손발을 맞출 기간은 보름 남짓에 불과하다.

대표팀은 북한 선수단이 도착하기 전까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북한 선수의 명단을 통보받지 못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남북 대표단 회의에서 단일팀 구성에 합의한 후 북한 선수단 명단을 확보했다. 북한은 단일팀에 참가할 선수들의 명단을 IOC와 우리 측에 제공했다.

정부 관계자는 “명단에 들어 있는 선수가 실제로 한국에 오는지를 확인한 후 명단을 공개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해명이다. IOC는 지난 20일 남북, 조직위와 합의한 사항을 발표하면서 아이스하키를 제외한 다른 종목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받은 북한 선수 이름을 공개했다.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렴대옥-김주식 조를 비롯해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정광범, 남자 500m 최은성, 크로스컨트리스키 한춘경·박일철·리영금, 알파인스키의 최명관·강성일·김련향 등이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다른 종목 선수 역시 한국에 오기 전까지 이름을 공개할 이유가 없다.

명단이 중요한 이유는 대표팀의 조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북한 선수 명단을 미리 확보하면 머리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해당 선수의 기량을 파악할 수 있다. 북한 선수가 훈련에 합류하기 전에 단일팀의 밑그림을 그리고 준비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이냐가 아니라 단일팀의 결속력을 어떻게 높이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어떤 선수가 합류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에 답답함을 호소한 바 있다.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 명단이 없는 상황에,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그룹 A에 출전했던 북한 선수의 영상을 보면서 대비해왔다. 체육계의 한 관계자는 “북한 선수 명단을 대표팀에 알리는 것이 비밀 누설이란 뜻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며 “감독, 선수 등과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단일팀을 밀어붙인 정부가 여전히 대표팀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걸 입증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대표팀은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남북 선수를 합하면 35명이나 돼 빙상 훈련은 A, B조로 나뉘어 실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 선수들의 융합을 위해 선수를 고루 섞어 훈련조를 편성할 가능성이 크다.

여자 대표팀은 또 자체 청백전도 실시할 계획이다. 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35명이 동시에 훈련을 진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내부 연습 경기를 통해 다른 훈련조 선수들의 플레이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일팀은 진천선수촌에서 합숙 훈련을 한 후 다음 달 3일 스웨덴과의 평가전을 치르기 위해 인천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4일 스웨덴과의 평가전을 마친 뒤 인천에서 5일 강릉올림픽선수촌에 입촌한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