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팀장의 북레터>잠시 혼자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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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고, 혼자 여행하는 ‘나 홀로’가 낯설지 않은 시대지만 캐나다의 논픽션 작가 마이클 해리스는 이런 ‘홀로’는 가짜 ‘홀로’라고 합니다. 홀로된 순간에도 소셜 미디어와 각종 정보기술(IT) 기기로 연결돼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실험에 들어갑니다. 모든 연락을 끊고 하루 종일 혼자 보내겠다는 실험입니다. “하루쯤이야.”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아침 문자가 오자 궁금증을 참지 못해 열고 맙니다. 어머니의 전화도 받습니다. 그의 ‘하루쯤이야’는 실패했습니다.

당황한 그는 외로움의 가능성과 고독의 가치에 대한 탐구에 들어갑니다.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어크로스)는 그 과정과 결과를 담은 책입니다. 그는 사람들이 접속을 끊지 못하면서 우리의 고독 경험이 점점 빈약해지고 있다며 홀로 있음이야말로 되찾아야 할 자원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혼자 있을 때 두려움을 느끼지만 이 공포는 홀로 있는 연습이 충분치 못한 탓이라고 합니다.

그는 우리가 제대로 홀로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세 가지로 정리합니다. 먼저 과감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입니다. 작가들의 빛나는 작품, 과학자의 위대한 발견은 오랜 고독의 결과물임을 알고 있지 않습니까. 두 번째는 자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자가 치유 효과입니다. 다른 사람이나 조직에 얽매인 자아를 해방하는 데 무리에서 벗어나 홀로 있는 것만큼 적합한 것이 없습니다.

마지막, 궁극적 이익은 타인과의 연대입니다. 혼자와의 연대는 반대편에 선 단어가 아니라고 합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충분히 간직할 때 역설적으로 타인과 연대할 수 있는데, 온전히 홀로, 깊게 생각할 때 그 기억이 층층이 쌓이니까요.

저자는 각자의 자리에서 홀로 있기를 시험해 보라고 요청합니다. 자신을 더 깊게 해주고, 순응의 압박감을 덜어줄 거라고 합니다. 연결 상태를 잠시 차단하고 온전히 홀로 있는 것은 세상에서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과 다시 연대하겠다는 약속이라고, 이럴 때 비로소 타인을 이해하고 온전한 자신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초연결 시대, 쏟아지는 뉴스와 소식, 자극에 피곤한 많은 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실 겁니다. 문제는 시도해 보느냐 아니냐의 차이겠지요.

북팀장으로선 책의 이 대목을 놓칠 수 없습니다. “좋은 책은 우리가 가까운 주변 환경을 무시하도록, 사적 생활이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해 왕성해지는 상상의 공간 속에 빠져들도록 전력을 다해 훈련시킨다. 우리는 주위 세계와 분리될 때 더 크고 더 멀리 있는 것, 이질적인 어떤 것에 연결된다.” 323쪽, 1만45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