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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Global Focus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26일(金)
‘프롤레타리아 혁명’ 우려에 農民工 퇴출… 중국식 사회주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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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륜 오토바이를 이용해 택배 배달을 하며 살아가는 농민공의 모습. 자료사진
▲  베이징시 외곽 농민공 집단숙소에서 지난해 11월 18일 화재가 발생한 이후 시 당국이 긴급 안전 대책을 이유로 전면 퇴거 및 철거 명령을 내려 한 농민공이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 앞에서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다. 자료사진
中, 대도시서 강제퇴거 왜?

中 도시 인구의 3분의 1 차지
당국 ‘깨끗한 도시 조성’ 빌미
출신지·외곽 소도시로 쫓아내

진짜 이유는 양극화 불만 통제
갈등·불만 폭발땐 체제 위협
중산층과 연계 막으려는 의도


‘중국은 지금 마르크스의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두려워하고 있다.’

최근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의 인구가 2000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소식이 중국 언론 등에 보도됐다. 지난해 말 베이징 인구는 2170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2만2000명 줄었다. 가장 큰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이주해온 이른바 ‘농민공(農民工)’들이 도시를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베이징 거주 농민공이 처음으로 15만 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두 번째 도시인 상하이(上海)의 농민공도 비슷하게 줄어들어 상하이 인구도 2015년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베이징 등 대도시의 농민공 감소는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시 당국의 강제 퇴거 조치 탓이 컸다.

기층 노동자와 농민을 두 핵심 축으로 삼아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한 중국에서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 2016년 말 기준 중국 전체 도시 인구의 3분의 1 정도인 2억8000만 명에 달하는 농민공이 대도시에서 쫓겨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농촌 출신의 도시 이주 노동자인 농민공은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 시행 이후 초고속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주로 가난한 내륙 지역에서 온 농민공은 저임금의 노동집약적인 산업에 종사했다. 빠른 속도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형성된 중산층과 달리 이들은 도시의 ‘허드렛일’을 하는 하층민으로 전락했다. 도시 외곽 지역의 불량 노후 주택에 주로 살면서 농민공 거주구역은 슬럼화됐다.

베이징시 등이 농민공 강제 퇴거 조치를 취한 표면적인 이유는 강력한 인구 억제 정책이다. 베이징시는 ‘살기 좋은 깨끗한 국제도시’를 만든다는 목표 아래 2020년까지 인구를 2300만 명으로 제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4년부터 저소득층 거주지역의 공장, 학교, 도매시장 등을 시외로 이전해왔다. 지난해 11월 시 외곽 농민공 집단숙소에서 발생한 화재로 19명이 사망하자 긴급 안전 대책을 이유로 전면적인 퇴거 명령을 내렸다. 수만 명의 이주 노동자들은 수일 내에 거주지를 떠나라는 시 정부의 명령에 아무 대책 없이 집을 비워야 했다. 26일 홍콩 밍바오(明報)에 따르면, 베이징시는 올해도 불법 건물 철거 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일 계획이어서 ‘농민공 강제 퇴거’가 이어질 전망이다. 천지닝(陳吉寧) 베이징 시장대리는 24일 열린 베이징시 인민대표대회 보고에서 지난해 5985만㎡의 불법건물을 철거했으며, 1992개 제조업체와 594개 시장, 2만9000개 길거리 점포 등을 시외로 이전했다고 밝혔다. 천 시장대리는 “베이징시의 ‘대도시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고 임무가 막중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시는 이에 따라 올해도 4000만㎡의 불법 건물을 추가로 철거하고, 500개 제조업체와 40개 시영기업을 시외로 이전할 계획이다.

방장쳰 베이징시 통계국 대변인은 최근 베이징 인구 감소를 설명하면서 “거대도시는 더는 매력적이지 않으며, 일부 도시는 인구 증가가 둔화하거나 인구 유출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베이징시는 중국 수도의 지위에 맞지 않는 산업을 제거하고 첨단산업에 기반을 둔 경제를 건설하고 있어 노동집약적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퇴출된 농민공들이 대도시에 살 유인이 약해져 떠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한 농민공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아파트는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어느 날 사람들이 들이닥쳐 며칠 내로 떠나라고 했다”며 “돈이 없으니 농민공들이 일부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나머지는 나처럼 집값이 싼 베이징 외곽 소도시로 쫓겨났다”고 말했다.

농민공들이 대도시에서 쫓겨난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당 대회에서 “우리 사회의 주요 모순이 더 나은 삶에 대한 인민의 요구와 불균형적이고 불충분한 발전 사이의 모순으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러한 모순이 해소되지 않으면 혼란으로 이어지고, 결국 마르크스가 예견한 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석을 달았다. 도시 빈민구역에서 갈수록 커지는 불평등을 체감하면서 사회에 대한 불만을 키우고 있는 농민공에 대해 중국 당국이 극단적인 퇴거 조치에 나선 이유가 읽히는 대목이다. 중산층 이상의 ‘특권화된’ 도시 거주자와 농민공을 포함한 가난한 농민 간 갈등과 분열이 사회 체제를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른 것으로 중국 공산당이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 사회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공산당의 영도력에 대한 커다란 도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외부에서는 잘 알 수 없는 크고 작은 시위가 중국 내에서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의 하층계급이 시 주석의 ‘중국몽(中國夢)’을 위협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의 절반은 시 주석의 부강한 나라 건설이라는 중국몽을 추구하고 있지만, 베이징의 슬럼가를 걸어 다니는 나머지 절반은 이 꿈에서 이탈해 있다”고 보도했다.

농민공 퇴출에는 중국 공산당의 고도의 통치 방식도 작동하고 있다. 갈수록 사회의식이 커지고 있는 도시 중산층들이 사회 불만 세력인 농민공들과 연계되는 것을 막으려는 전략이 숨어 있는 것이다. 농민공의 강제 퇴출 조치에 지식인들은 물론 수많은 네티즌이 ‘인권 침해’라는 공감을 표했고, 일부는 농민공 지원 행위로까지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중산층 이상은 중국몽이라는 화려한 ‘구호’로 하층민과 분리하고, 하층계급에는 ‘탈빈곤’ 정책과 ‘강제 퇴거’라는 당근과 채찍을 활용하고 있다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시진핑 집권 2기를 맞은 중국 공산당은 사회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탈빈곤 정책에 ‘올인’하고 있다.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은 최근 다보스포럼에서 “지난 5년간 중국의 빈곤 인구는 1억 명에서 3000만 명으로 감소했다”며 “향후 3년의 과제는 절대 빈곤층을 소멸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빈곤층 기준은 연간 소득 2300위안(약 39만 원)이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
e-mail 김충남 기자 / 국제부 / 차장 김충남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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