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스코어 욕심 없지만… 30년 넘게 못한 홀인원은 꼭 하고 싶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송부욱 대표가 지난 14일 경남 창원컨트리클럽 연습 그린에서 자로 잰 듯한 정확한 퍼팅 실력을 과시하며 공을 홀에 넣고 있다.

송부욱 ㈜ 창원컨트리클럽 대표이사

사업 시작후 1987년에 입문
3년 지나 78타 베스트스코어
싱글 트로피 2차례 받아

연습장엔 잘 나가지 않지만
요즘에도 週 2~3회 라운드
골프란 좋은 사람과의 교감

8년간 적자 허덕이던 골프장
경영혁신 통해 정상화 가속
흑자 전환땐 주주 배당 예정

송부욱(69) ㈜창원컨트리클럽 대표이사는 사실상 ‘자원봉사’로 골프장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14일 경남 창원컨트리클럽 집무실에서 만난 송 대표는 “돈 욕심으로 올라온 자리가 아니다 보니 모든 게 자신 있다”면서 “회원들에게 사랑받는, 직원들에게 일할 맛 나는 골프장을 가꿔 나가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송 대표는 창원에 기반을 두고 1980년대부터 도로 시설물을 제조하는 ㈜상신, 종합건설사인 ㈜상신산업개발, ㈜상신개발, 도로용 차선 페인트를 만드는 ㈜건진공업, 그리고 커피 프랜차이즈인 파머스코리아㈜ 등을 운영하는 알짜 기업의 어엿한 ‘회장님’이다.

지인과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송 대표가 골치 아픈 골프장 대표직을 맡은 건 이유가 있다. 10년 이상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골프장은 모기업이던 조양상선이 부도가 나면서 2002년 경매 위기에 처했고, 회원들이 추가 출자금을 내고 인수해 주주회원제로 변경됐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 동안 2년 임기 대표 선출 때만 되면 골프장 회원 1451명이 나뉘어 반목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이곳 토박이인 송 대표는 1996년 골프장 회원이 됐고 이후 골프장 운영위원장을 지내며 명망을 쌓았다. 탄탄한 기업을 운영한다는 점까지 더해져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972표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대표로 선출됐다.

이 골프장은 연간 11만 명이 찾아 내장객 전국 1∼2위를 다퉜지만 8년 이상 적자에 허덕였다. 송 대표는 ‘경영혁신’을 추진했고, 솔선수범했다. 골프장 대표가 받아 온 그동안의 특례 10가지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월급과 업무추진비, 심지어 유류비조차 받지 않고, 그린피도 모두 개인카드를 사용할 정도다. 판공비는 골프장 개·보수나 직원 회식, 포상금으로만 사용했다. 또 그동안 적자의 원인이 됐던 곪았던 부분을 도려냈다. 전체 매출의 46%에 달하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직원 30%를 명예퇴직시켰고, 골프숍과 식당 및 그늘집 운영을 외부에 맡겨 수익률을 높였다. 송 대표는 또 50억 원을 투자해 이용객들의 불만을 샀던 모노레일카트를 오는 5월까지 전동카트로 교체할 예정이다. 주차장 신축 공사도 진행하고 있다.

송 대표는 취임 후 매일 오전 10시면 어김없이 골프장으로 출근해 밤늦도록 머문다. 이 덕분에 1년 새 크게 변했다. 8000만 원이던 회원권 시세가 1억1100만 원으로 올랐고, 특히 여성 회원권은 2억 원을 넘어가는 폭등세를 연출했다. 송 대표는 “골프장이 정상화되고 흑자로 전환되면 올 연말 처음으로 주주 배당을 할 예정”이라면서 “회원들이 한마음으로 뭉쳐진다면 미련 없이 대표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을 새로 영입하겠다”고 밝혔다.

송 대표가 골프에 입문한 것은 1987년.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송 대표는 “예나 지금이나 (골프를) 잘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가 골프장에 가는 이유는 딱 하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다. 그래서 그에게 스코어는 별 의미가 없다. 지금까지 연습장은 골프를 처음 배운 한 달을 빼고는 거의 나간 적 없다. 송 대표는 하지만 ‘싱글 트로피’를 2차례 받았다. 입문 3∼4년 지났을 무렵인 1990년대 초반 경남 진주의 진주골프장에서 남긴 78타가 베스트 스코어다. 송 대표는 이곳 운영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송 대표는 30년 넘게 골프를 즐기고도 홀인원은 물론 이글 한 번 낚지 못했다. 물론 동반자들이 홀인원, 이글, 언더파 등 각종 기록을 쏟아내는 것을 수없이 목격했지만 정작 자신은 한 번도 거기에 끼지 못했다. 송 대표는 “30년 동안 못 해본 홀인원이 찾아오면 가슴이 벅찰 것 같지만, 주변에서 벼르는 사람이 많아 겁이 나기도 한다”면서도 “물론 홀인원을 하게 되면 얼마를 쓰든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도 1주일에 2∼3차례 라운드를 즐긴다. 이젠 주로 90대 스코어가 나오지만 운 좋은 날엔 80대에 진입하기도 한다. 송 대표는 “건강하게 골프채를 휘두르며 골프장을 걸을 수 있는 건 행운”이라며 “몸이 허락하는 한 골프는 계속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19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새 회사를 창업했다. 외국인 손님이 많이 올 것이며, 이로 인해 정부의 사회간접 시설인 도로 확충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 대표는 이를 위해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을 자주 돌아다녔다. 사진, 영상을 촬영하며 선진국 도로를 유심히 살폈다. 송 대표의 회사는 도로 관련 시설 특허 140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도로 차광막 건너편 도로에서 물이 튀지 않도록 중앙을 막는 칸막이, 자동차 빛으로 반사되는 도로 표지판, 낙석 방지용 2단 그물, 개방형 가드레일 등이 대표적이다.

송 대표는 “회원으로 골프장을 보는 눈과 골프장 대표로 코스를 보는 눈은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쓰레기가 눈에 더 자주 띄고, 파인 잔디와 나뒹구는 디벗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는 뜻이다. 온통 고치거나 개선해야 할 부분만 보인다는 것. 골프장에서 멀지 않은 마산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개인 농장을 운영해온 송 대표는 나무나 꽃을 골프장에 옮겨 심는 등 코스 분위기를 바꾸었다. 18번 홀 그린 뒤편에 자리 잡은 거대한 인공 폭포도 그의 작품이다.

송 대표는 “앞으로 코스가 좋아지고, 카트 도로가 생기면 방송중계 장비를 들여올 수 있기에 남자프로대회를 유치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골프는 좋은 사람과의 사교에 도움이 되고, 또 건강을 뒷받침한다”며 “사업에서는 누구한테든 지지 않으려는 욕심이 있지만 골프만큼은 욕심이 생기질 않는다”고 덧붙였다.

창원=글·사진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