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에 동료 사면 청원한 판사에… 법조계 “三權분립도 몰라”

일선 판사 “사법부 독립 역행
법률 대신 여론재판식 발상”

현직 판사가 법원 내에서 중징계를 받았던 김동진(49·사법연수원 25기) 인천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 사면(赦免)을 요구하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삼권분립도 모르는 행동”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성금석(49·연수원 25기)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김동진 부장판사에 대한 부당한 징계의 사면을 청원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동료 판사의 판결을 비난했다가 중징계를 받은 김 부장판사에 대한 사면을 요청했다. 성 부장판사가 청원 글을 올린 직후 김 부장판사도 본인 페이스북에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찬성 의견 부탁드린다”며 청원을 독려하고 있다.

김 부장판사는 2014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 개입 사건 1심 판결 직후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당시 재판장을 가리켜 “승진 심사를 목전에 두고 있는 재판장이 입신영달에 중점을 둔 사심이 가득한 판결을 했다”고 비난했다가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성 부장판사의 글을 두고 법원 내에선 “사법부 독립에 역행하는 주장”이란 비판이 거세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할 법관이 청원 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며 “법률에 따르지 않고 대중에게 옳고 그름을 맡기자는 것은 여론재판식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성 부장판사는 청원 글을 통해 최근 추가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과장해 해석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법원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발표됐는데 위 사건(원세훈 사건)에 관한 내용은 주지하시는 바와 같다”며 김 부장판사의 비난이 옳았다고 단정적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추가조사위 조사에서도 원 전 원장 사건 재판부가 외부 개입을 받았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또 김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는 사실관계를 떠나 특정 사건에 대한 법관의 공개적인 논평을 금지한 법관윤리강령에 따른 조치였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