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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박학용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26일(金)
‘文政府公事三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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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용 논설위원

文정부 들어 之東之西 정책 빈발
정치논리 무장한 ‘3대 거탑’ 때문
원칙 잃고 방황하며 왜곡까지 돼

정치화한 요지부동 惡策 더 나빠
정통관료 중심 잡고 원칙 지켜야
金부총리, 시장원칙 파수꾼 돼야


요즘 문득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말이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이다. 원칙 없이 이랬다저랬다 하는 고려의 정령(政令)이 사흘을 못 간다며 중국인들이 비아냥댄 데서 유래한 말이다. 이 속담이 조선 시대에도 전해졌던 모양이다. ‘서애 유성룡이 도체찰사(都體察使)로 있을 때 일이다. 역리에게 공문을 보내라는 명을 내렸다. 사흘 뒤 공문이 잘못된 걸 알고 고쳐 보내려 했더니 역리가 그때 공문을 그대로 들고 왔다. 어째서 여태 안 보냈느냐고 묻자 ‘조선공사삼일’이란 말이 있으니 으레 고칠 줄 알고 안 보내고 들고 있었다고 했다’. 설화문학의 대가 유몽인의 ‘어우야담’에 나오는 일화 한 토막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8개월여간 빈발하는 ‘지동지서(之東之西)’ 정책들이 그 형국이다. 개중에 ‘백미’는 최근 7시간 만에 뒤집힌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와 3주일 만에 전면 보류된 유치원 등 방과 후 영어 금지다. 백지화할 기세였다가 어정쩡하게 봉합한 한·일 위안부 합의 파문, 삼성물산 주식처분에 대해 2년 전 명령을 번복한 공정거래위원회 결정도 아류 정책들이다. 이러다가 ‘문정부공사삼일’이란 신조어도 등장할지 모른다.

정책을 추진하는 중심축은 행정부처다. 그 수장인 장관이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절차는 간명하다.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의해 대통령은 행정 수반으로서 각 부처를 통할하고, 국무총리는 대통령 명령을 받아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국무를 조정·통할하며, 부처는 적시된 업무를 수행하면 된다. 이 ‘피라미드식 3단계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는 한 정책이 상습적으로 오락가락할 리 없다.

문 정부에선 이 철벽 담장이 무너졌다. 핵심·주변이 정치판이어서 정책이 ‘정의’로 포장된 정치논리에 흔들리기 일쑤다. 한 원로 경제 관료가 “‘정책의 정치화’가 이토록 만연한 적은 없었다”고 혀를 찰 정도다. 그 장본인은 얼치기 정책 결정 관여자인 ‘3대 거탑’이다. 지지율 바라기인 정치인(정치교수 포함) 출신 장관·청(靑) 참모, 무소불위(無所不爲) 시민단체, 무불간섭(無不干涉) 친문댓글부대(문꿀오소리)들이다. 이들이 살 정책도 죽이고 죽을 정책도 살린다.

지나치게 정치화한 정책은 원칙을 잃고 방황한다. 특히 경제정책은 전문가들이 정교한 모형을 놓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해도 만만찮은 분야다. 정치적 지지를 얻는 수단으로 활용되면 미국의 사상가 월터 리프먼이 말한 ‘연성해결(Soft Solution)’만 양산돼 경제는 곪는다. 갈팡질팡 정책은 그나마 수정할 여지라도 있다. 정치논리로 중무장한 왜곡정책은 지지층에 일시적 복(福)은 줄지언정 종국엔 재앙을 부른다.

이런 때일수록 정통관료들이 중심을 잡고 원칙을 지켜야 한다. 매일 국민 선택을 받는 경제정책을 다루는 관료는 더더욱 그렇다. 혼선 정책은 물론 맹신에 빠진 요지부동 정책과 맞닥뜨릴 때도 이를 바로잡는 파수꾼이어야 한다. 당위론만으로 밀어붙이는 정책엔 ‘노(No)’하는 결기를 보여야 한다. 공무원이 국민의 공복(公僕)이어야지 자신만 챙기는 사복(私腹)이어선 곤란하지 않은가.

경제사령탑인 김동연 부총리 책무는 더 무겁다. 물론 정치색 짙은 ‘시어머니’들 앞에서 쓴소리하기가 쉽지 않을 게다. 그래도 권세(權勢) 앞에서 바른말 하는 게 진정한 용기일 텐데 최근 그의 행보는 실망스럽다. 국내외 다수 전문가가 “과속·무차별 최저임금 정책은 문 정부의 최대 경제 패착”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을 애제자로 둔 조순 전 부총리도 “소득성장은 본말이 전도된 개념”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김 부총리는 정공법은 피한 채 ‘찬양 일색’ 장관토론회를 열고 임시변통 변죽만 울린다.

문 대통령은 어제 청년 일자리회의에서 실적이 부진한 관련 부처 장관들을 나무랐다. 그러면서 “일자리는 민간기업이 만든다는 고정관념이 과감한 대책을 막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모든 정책을 정치논리로만 재단하려는 3대 거탑도 이심전심일 게다.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지 정말 모르는 건지 도통 모를 일이다. 때마침 올부터 김 부총리는 한 달에 한 번씩 대통령에게 비공개 현안 보고를 하게 돼 있다. 나라 경제를 지키려면 김 부총리는 직을 걸고 이 자리에서 시장경제 논리를 전파해야 한다. 보고 때 이 사실(史實)도 꼭 곱씹어봤으면 한다. ‘실책으로 국가 경제가 파탄 나면 중한 책임은 모두 경제 관료가 뒤집어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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