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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1월 26일(金)
美·中과의 갈등 이중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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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영 워싱턴 특파원

한·미 간에 또 다른 미국발(發) 전쟁의 서막이 열렸다. 지난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세탁기·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이 ‘트리거’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대미 주력 수출품인 철강·알루미늄·반도체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 더 나아가 한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까지 다양한 카드를 이미 예고해놓은 상태다.

정부의 1차 대응은 민첩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세이프가드 발동 직후 민관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해 “부당한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해 ‘미국 우선주의’를 위한 경제·통상 공약을 앞당겨 실행할 것이라는 워싱턴 분위기를 간파, 일찌감치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기에는 지난해 9월 취임 뒤 곧바로 미국을 방문, 워싱턴 동향을 캐낸 김 본부장의 ‘공’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 통상정책이 김 본부장의 ‘원맨쇼’에 기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당장 이달 초 1차 회의를 개시한 한·미 FTA 개정 협상을 미국 측 요구에 따라 빠른 속도로 진행한다는 통상 당국의 입장에 대해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해 5월 개시 이래 6차 회의를 개최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한·미 FTA 협상에 속도를 냈다가 먼저 돌을 맞을 수 있다는 것으로, 이에 대비한 ‘플랜 B’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통상 정책이 문재인 정부의 전체적 경제 운용 틀에서 움직이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가상화폐 규제를 둘러싼 경제팀 내 혼선을 보면 정부 내 경제 사령탑이 어디인지 혼란스럽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 본부장도 지난해 10월 한·미 FTA 폐기론을 놓고 다소 다른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2016년 기준 무역 의존도가 63.9%에 달하는 우리 경제·통상 구조를 근본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높지만, 고민의 흔적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최근 워싱턴에서 만난 경제단체 인사는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데, 장기적 차원에서 우리도 시장을 더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통상이 안보와도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차별적 세이프가드 발동이 안보동맹 체계도 흔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는 중국이 지난해 사드 미사일 한반도 배치라는 안보 문제에 대응, 경제 보복조치를 단행한 데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대북정책에서도 미·중과 다소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안보뿐 아니라 경제·통상에서까지 주요 2개국(G2)인 미·중의 압박을 모두 받는, 샌드위치 상황에 놓일 수 있는 위기다. 사실 문재인 정부가 미·중과의 안보·통상 갈등이라는 이중 파고에 직면하게 된 것은 균형외교라는 이름으로 미·중 모두에 혼선된 메시지를 주면서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이다. 가장 단순한 것이 진리·정답이라는 경제학 원칙으로 지금이야말로 문재인 정부가 면도날을 들고 불필요한 부분을 베어내야 할 때다. 그 기준은 명확하다. 안보에 기반을 둔 경제번영, 그리고 굳건한 안보의 기초는 한·미 동맹이다.

boyoung22@
e-mail 신보영 기자 / 정치부 / 차장 신보영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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