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정에서 막말하고 SNS로 편싸움 벌이는 판사들

과거에도 일부 ‘튀는 판사’들의 저질 행태가 사법부 전체를 욕 보이는 사례가 없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개선되긴커녕 되레 악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도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이른바 ‘적폐 청산’ 분위기에 편승한 일부 판사들의 ‘홍위병 행태’와 이에 반발하는 판사들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낯뜨거운 공방을 벌여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런 행태들은 국민의 사법 신뢰를 결정적으로 훼손한다는 점에서 용인돼선 안 된다.

서울변호사회가 25일 발표한 ‘2017 법관 평가’ 사례집을 보면, 법관은 고사하고 정상인의 품성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케 하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한 판사는 여성변호사에게 “나는 여자가 그렇게 말하는 거 싫어한다” 고 말하거나, 증거를 제출하는 변호사에게 ‘푸흡’하고 크게 비웃는 경우도 있었다. 또, 70대 황혼 이혼을 신청한 원고에게 “그렇게 사니 행복하십니까”라고 모욕을 줬다. 시정잡배가 아니라면 사석에서도 하지 않을 이런 행태를 공개 법정에서 보인다는 것은 인격파탄자임을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설상가상으로 ‘코드 사법’ 공방도 저질화했다. 판사 블랙리스트 논란과 관련, 한 판사는 페이스북에 다른 판사에게 “나대는 행태가 좀 역겹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정보원 역할 했죠”라고 대놓고 비난했다. 이에 상대 판사는 “나대는 행태가 역겹다”고 응수했다. 판사들만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적폐 종자 따까리’‘영원히 은따(은근한 왕따)시키자’‘쓰레기 냄새’ ‘법비(法匪·법을 악용하는 도적 무리)’‘개XX’와 같은 욕설도 난무했다. 판사는 탄핵 말고는 법복을 벗길 방법이 사실상 없을 만큼 신분보장이 확실하다. 그만큼 품격을 갖고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하라는 것인데, 저질의 방탄막쯤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