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천 한 달 만에 밀양서 大참사…화재 대책 공염불 아닌가

정부의 방재(防災) 대책 강화를 무색하게 하는 대(大)참사가 또 발생했다. 경남 밀양시에 있는 세종병원에서 26일 일어난 불로 낮 12시 현재 사망자만 33명에 이른다. 충북 제천시의 스포츠센터에서 지난해 12월 21일 대형 화재로 29명이 사망하고, 37명이 부상한 지 한 달 남짓 만에 반복된 인재(人災)다. 그것도 모두 낮 시간에 발생했다.역대 정부가 내세웠던 ‘안전 한국’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의 교훈까지 잊은 채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을 거듭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신년 인사회에서 “지난해 우리는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재해와 사고를 겪으면서 안타까움과 깊은 슬픔에 잠긴 일이 여러 번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3일 영흥도 낚싯배 참사 다음날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국가의 책임은 무한책임”이라고 했었다. 이번 화재의 자세한 상황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초기에 불길 확산을 차단하지 못한 것부터 제천 참사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제천 화재에서 구조대가 가장 많은 사람이 갇혀 있던 2층 여성 사우나실에 먼저 진입하지 않고 지하층부터 수색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이번에도 신속하고 효율적 구조 활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으로 보인다. 환자 100명 이상이 입원한 병원인데도 화재 예방과 초기 진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도 마찬가지다. 그렇잖다면 이렇게 많은 사망자가 나왔을 리 없다.

‘안전 한국’은 저절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화재 예방과 초기 진화, 신속한 구조 등이 빈말 아닌 현실이 되기 위해선 정부부터 명실상부한 대오각성과 함께 실효성 있는 대책과 실천이 절실하다. 시민도 안전 불감증 고질에서 빨리 벗어나야 함은 물론이다. 언제까지 대형 참사를 되풀이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