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포털 논란 증폭…‘공동 규제’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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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 선문대 교수·언론학

아마도 후세 사람들은 21세기를 ‘인터넷 시대’라고 명명할 것 같다. 지금 인터넷은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거대한 ‘공룡’ 같다. 심지어 절대 불가능하다고 믿어 왔던 인간의 사고 능력과 창의력까지 위협하고 있다. 굳이 거기까지 상상하지 않더라도 인터넷은 인간의 모든 활동을 매개, 아니 통제하고 있다.

권력은 희소한 자원을 독점할 때 발생한다. 자원의 독점은 결국 불공정이라는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인터넷 포털이나 사회관계망(SNS)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포털이 단순 검색 수단이 아니라, 직접 콘텐츠를 생산·배열하는 경우엔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의 포털은 기존 언론사들이 생산한 뉴스를 매개체로 이용자들을 끌어들여 경제적 이윤을 창출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초기에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시청자나 독자를 확보하려 했던 기존 언론사들의 짧은 생각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 기술 발달과 포털의 급성장으로 세력 판도가 변하면서 ‘공생관계’가 아닌 ‘갑을관계’가 돼 버렸다. 지금도 포털사들이 언론사들에 지불하는 뉴스 사용료는 시쳇말로 쥐꼬리만 하다.

이제 포털은 언론사보다 더 위력적인 언론 행위를 하면서도 어떤 규제나 책임도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됐다. 포털사들은 뉴스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 단순한 전달자라고 강변하지만, 뉴스의 영향력은 기사 내용보다 선별과 배열, 즉 게이트 키핑에서 나온다. 그것은 각각의 뉴스에 가중치를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털이 어떤 언론사의 어떤 뉴스를 어디에 배치하느냐는 영향력에 있어 결정적이다. 그뿐 아니라 포털사들은 ‘인기 검색어’나 ‘많이 본 뉴스’를 통해 가중치를 다시 한 번 확인·확대해 준다.

그런데 최근 포털사들이 검색어나 댓글을 조작하거나 삭제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솔직히 ‘자연 검색’과 돈을 받고 판매하는 ‘검색 광고’의 구분도 애매하고, 검색 수를 인위적으로 앞 순위에 올려놓는 이른바 ‘바이럴(viral) 광고’가 성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그동안 우리 포털사들은 알고리즘 같은 기계적 중립성을 통해 검색이나 뉴스 배열의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말해 왔다. 물론 알고리즘 구성 요소를 정하고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조차도 믿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지지난해 연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가짜뉴스(fake news)의 숙주로 지목받았던 페이스북이 처음에 ‘우리는 미디어 기업이 아니라 기술 기업’이라고 변명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후 가짜뉴스를 솎아내고 알고리즘을 개선하고 ‘팩트 체크(fact check)’ 방안들을 모색하는 등의 노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우리 포털은 이런 노력은커녕 도리어 공정성을 위협하는 행위를 버젓이 해 온 것이다.

자율 규제는 이상적이나 실효성은 매우 낮다. 또, 내부의 자율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법과 같은 외부 규제가 정당화되게 마련이다. 포털사의 자율적 노력과 법 규제가 협력하는 ‘공동 규제(co-regulation)’가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 포털은 어떤 규제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고정관념부터 버려야 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포털을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언론사라고 인식하고 있다. 누리는 영향력만큼 책임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